국민연금이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와 더불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는 국민연금이 어떤 의견을 낼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SK C&C와 SK㈜의 합병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합병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자사주 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합병 후 SK C&C의 정관변경,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의 상향조정 등의 안건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원회)란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설치된 전문위원회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정부에서 2명, 사용자단체에서 2명, 근로자단체에서 2명, 지역가입자단체에서 2명을 추천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김성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조영길 아이앤에스 법무법인 변호사,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위원회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반대 표를 던진 주주총회는 지난 3월12일이다. 전문위원회는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매입과 관련된 사외이사 2인의 재선임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지분율이 부족해 회사 측의 원안대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국민연금이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 이유는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SK C&C의 주가는 과대평가되고 SK㈜의 주가는 과소평가된 시점에서 합병을 결정해 SK㈜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2일 “SK그룹이 SK C&C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같은 상황을 방치했거나, 총수일가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포착해 합병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합병결정일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4월19일 SK C&C의 주가는 14만4500원이었으나 1년 후에는 23만7500원으로 64.4% 상승했다. 반면 SK㈜의 주가는 1년 전 18만9500원에서 17만6000원으로 7.7% 하락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반대권을 행사해도 합병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의 지분 7.19%를, SK C&C의 지분 6.06%를 보유하고 있으나 표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경제개혁연대도 “SK그룹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합병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이 어떤 의견을 낼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9.98%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들 합병 역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고평가되고 삼성물산은 저평가된 시점에서 불합리하게 합병비율이 설정됐다는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가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츠는 합병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법원에 합병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이 카페 회원 수는 273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