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역외법인 중 24%는 조세피난처에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기업의 꼼수에 세금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벌닷컴이 상호출자가 제한된 대기업집단 6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법인은 총 237개였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법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홍콩이었다. 조세피난처 내 법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홍콩 140개 △케이만군도 49개 △파나마 19개 △버진아일랜드 14개 △마샬군도 6개 △버뮤다 4개 △모리셔스 3개 △바제이도스 2개 순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의 경우 역외에 설립한 법인 284개 중 69개(24.3%)가 조세피난처에 있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5개였던 것이 1년새 곱절로 늘어난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홍콩에 32개, 케이만군도에 32개, 파나마에 3개, 버진아일랜드와 버뮤다에 각각 1개씩 있었다. 

롯데그룹은 홍콩에 25개, 버진아일랜드 9개, 케이만군도 3개, 모리셔스 1개 등 총 38개의 조세피난처 내 역외법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그룹(20개)은 홍콩 16개, 파나마 3개, 케이만군도 1개였고 CJ그룹(12개)은 홍콩 10개, 버진아일랜드 2개, 이랜드그룹(10개)은 홍콩 8개, 케이만군도와 버뮤다에 각각 1개씩 있었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전력(5개)은 홍콩에 4개, 바베이도스에 1개, 한국가스공사(5개)는 마샬군도에 4개, 버뮤다에 1개의 역외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세피난처란 법인의 소득 전부나 일부에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 또는 지역을 뜻한다. 지난달 유럽연합은 리히텐슈타인, 마샬군도, 모나코, 몰디브, 바제이도스, 버뮤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 파나마, 홍콩 등 30개를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바 있다.

조세피난처에도 종류가 있다. 법인세, 소득세 등이 완전히 면제되는 ‘택스 파라다이스’(바하마·버뮤다), 특정한 형태의 회사 또는 사업 활동에 세제 혜택을 주는 ‘택스 리조트’(스위스·룩셈부르크), 국외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택스 셸터’(홍콩·말레이시아) 등이다. 홍콩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한국 법인들이 조세피난처로 활용하고 있다.

재벌닷컴은 “유럽연합이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국가 중 케이만군도에 국내 대기업의 역외법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할 경우 절세 혹은 탈세가 가능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세수감소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