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기 부품 생산기업인 네오세미테크. 이 회사는 지난 2009년말 실리콘 잉곳과 실리콘 웨이퍼를 차세대세계일류상품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8월 상장폐지되면서 7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 투자자들은 “네오세미테크의 제품이 차세대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주)일심글로발은 유리창 청소 로봇인 ‘윈도로’를 2012년 차세대세계일류상품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28일 대구지방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했고, 현재는 ‘윈도로’의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와관련 (주)일심글로발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통화에서 “재기하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밝혔으나,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지 1년 만에 회사가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정부는 수출품목의 다양화 및 고급화를 위해, 그리고 미래 수출동력 확충을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세계일류상품을 선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세계일류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이 2013년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일류상품 현황(2013년 12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이처럼 문을 닫는 일이 잇따르면서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 수출품목과 생산기업을 육성·지원하겠다는 명분에 맞지 않게 기업 자체가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상품 및 기업 선정 과정과 또 선정이후 후속 지원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적자상태인 기업이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은 대외무역법에 따라 산업부와 KOTRA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선정된 세계일류상품 품목은 639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은 727곳이고 연 50억원 이상의 사업비용이 소모됐다. 세계일류상품은 크게 ‘현재일류상품’과 ‘차세대일류상품’ 그리고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도 ‘현재일류상품 생산기업’과 ‘차세대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나눠 선정된다.

세계일류상품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KOTRA   ©중기이코노미

2010년부터 2013년 3분기까지 계속 적자상태를 유지했던 (주)나노엔텍은 2013년 말 잔존 백혈구 수 자동계수 시스템으로 차세대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업체인 디지아이도 2013년 3분기까지 누적 17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이렉트 텍스타일 프린터기’로 2013년 차세대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으로 선정됐다.

(주)나노엔텍과 디지아이의 제품들과 각 회사가 차세대세계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세계일류상품 선정 시 기업의 재무건전성 등 경영상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일류상품 선정기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선정기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산업부는 재무건전성 등이 고려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차세대일류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이 현재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발전하는 비율이 40%에 이른다”며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서 기회를 주지 않는 것 보다는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중시해서 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업 폐업률 보다 차세대일류상품 보유 기업 폐업률이 낮다”고 덧붙였다. 

KOTRA 역시 “기술력과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을 지원해서 육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후에 부실이 발견되면 바로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일심글로발도 2013년에 세계일류상품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정기준을 마련한 것은 십분 이해되지만 경영부실이 발견될 경우 제외할 것을 왜 선정과정에서 걸러내지 않았느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또한 선정이후 적절한 후속 지원대책이 있었다면 부실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타 지원정책과 다를 바 없어…산업부·KOTRA 수정안 마련중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의 사업 실효성에 대한 질문에 산업부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국가 전체로는 5.4%였지만 세계일류상품 선정기업은 13.6%다”며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전체 수출상품 대비 세계일류상품의 수출액 비중이 2008년 28.5%에서 2012년 41.6%를 차지했다”며 “향후 수출 2억달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세계일류상품을 가진 기업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세계일류상품 선정기업에 지원하는 부분이 해외박람회 실비 지원 등 단순지원에 치우쳐 있고 신용대출 및 보증한도 우대, 온라인 마케팅 및 해외홍보 등 일반적인 정책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꿔 말하면 세계일류상품 및 기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기존 다른 지원정책에 비해 특별한 혜택이 없다. 결국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세계일류상품 지원내용(2013년 12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는 박람회 실비 지원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동감한다며 조만간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공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일류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의 해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중이라고 했다. 해외에 있는 KOTRA 지사를 이용해 세계일류상품 선정기업이 현지에서 자금을 빌릴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노사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현지 전문가를 통해 법률·노사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KOTRA도 기업이 원하는 곳까지 바로 도달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엘리베이터식’ 기업 지원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한 비용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일류상품 및 생산기업, 차세대 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을 나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선정 기업이 알아서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변경 후에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와 KOTRA는 빠른 시일 내에 변경된 지원 내용을 발표할 것이며, 이러한 지원 내용이 많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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