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뒤집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SK C&C와 SK㈜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다. 합병비율이 한쪽에 불리하게 책정돼 SK㈜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찬성표가 87%를 차지할 정도로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SK그룹이 밝힌 합병 이유는 이렇다. SK C&C는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고 SK㈜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니 합병을 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규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왜 두 회사가 합병을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주주총회 직후 SK그룹이 낸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합병 후에도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조대식 SK㈜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계속해서 대표이사를 맡는다. 사옥도 SK㈜는 종로에 있는 SK사옥을, SK C&C는 분당사옥을 그대로 쓴다. 결국 지배구조만 바뀌었을뿐 두 회사의 업무가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합병을 했다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도 나온다.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SK C&C가 합병 후 지분율을 0.85%p만 낮추면 이와 연관된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된 탓이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C&C 지분율은 43.45%로,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다. 이 법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를 초과할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SK는 이번 합병을 통해 존속회사의 지분율을 30.85%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같은 과세 회피가 SK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4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금액은 총 6조7000억원으로 2012년보다 9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오너일가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기업을 합병했다. SK처럼 무늬만 합병을 해도 될 정도니, 대기업들이 과세 규제를 빠져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뛰는’ 당국 위에 ‘나는’ 기업이 있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공정당국이 규제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이 들 따름이다. 하기는, 그런데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 필 도입을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어찌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