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백에 디자인을 입혔다. 티백이 컵과 만나는 부분에 사람을 그려넣어, 마치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마음스튜디오 이달우 대표 디자이너의 디자인이다. 국내외 디자인 전시회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고 SK텔레콤, GS칼텍스, 헬로키티 등 기업의 제안을 받아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유럽진출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동키 프로젝트’라는 독일 회사가 유사한 제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연인 즉슨, 이달우 디자이너는 지난 200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소비재박람회인 암비엔떼에 참여했다. 당시 이씨와 비즈니스미팅을 가졌던 회사가 바로 동키 프로젝트다. 해당 회사는 이씨의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미지가 너무 동양적이니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거절했다. 동키 프로젝트는 해당 디자인이 유럽에 등록이 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베껴 제품을 출시했다. 이씨는 이같은 경험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디자인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이처럼 국내 디자이너와 중소기업들은 해외에 디자인을 출원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비용은 물론이고 국가별로 제시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한결 나아졌다. 산업디자인의 국제등록에 관한 헤이그 협정에 지난해 7월 한국도 가입했기 때문이다. 헤이그 협정이란 다수의 개별국가에 직접 디자인을 출원하지 않고 하나의 출원서로 여러 나라에서 디자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 협약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에 헤이그협정이 인정된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간 무려 40개의 디자인을 출원했다. 스와치(98건), P&G(95건), 필립스(62건), 다임러(59건), 폭스바겐(46건)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숫자다.

헤이그 협정을 활용할 경우 각 국가마다 출원대리인을 지정할 필요가 없고, 하나의 언어로 특허등록을 진행할 수 있다. 등록된 디자인의 권리관계 변동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이 특허청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가입된 국가는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리히텐슈타인, 터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등 40개다.

지난 5월부터는 미국과 일본도 합류하면서 인정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까지 합류하면 더욱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최규완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미국과 일본 가입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에게 국제출원정보, 도면 요건, 심사사례 등을 제공해 신속하게 해외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최근 중국도 헤이그협정 가입을 위해 특허법을 개정하는 중이다. 2~3년 내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제출원, 직접출원 vs 특허청 위임 중 선택=헤이그협정을 이용해 국제적인 디자인을 출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출원자가 직접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국에 제출하는 경우와 한국 특허청에 위임하는 경우다.

직접 출원하고자 한다면 WIPO 홈페이지(wipo.int)를 통하면 된다. 신청서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 택할 수 있다. 대리인에게 국제출원을 위임할 수도 있다. 특허청을 통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특허청을 경유하는 경우 속도는 느리지만 서류를 검토받은 뒤 제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신청서 언어는 영어만 허용된다. 

출원비용은 스위스 프랑으로 계산한다. 기본료가 397프랑(약 47만6000원)이고, 두번째 디자인부터 19프랑(약 2만3000원)의 수수료가 추가된다. 도면을 추가할 때마다 수수료도 따로 붙는다.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100단어를 초과하는 경우 단어당 초과 수수료도 부과된다.  

중소기업이 국제 디자인을 출원하고자 한다면 특허청을 통해 최대 280만원까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월1일 이후 디자인권을 출원했거나 출원 예정인 건을 대상으로 한다. 오는 7월24일까지 해외권리화 지원사업 홈페이지(pct.ripc.org)에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