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개최된 ‘성실납세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정책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이 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한국세무사회(이하 세무사회)에서 지난 2010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신고검증제’를 제안하면서부터다. 당시 세무사회가 제안했던 신고검증제의 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었으며, 검증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정부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업종과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 등 특정 대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세무검증제를 내놨다. 세무검증제 역시 검증을 받은 기업에게는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국회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2011년 전문직 자영업자가 아닌 일정 수입규모 이상의 개인사업자로 대상을 확대한 ‘성실신고확인제’가 최종 도입됐다. 당초 논의됐던 세무조사 면제 혜택은 제외됐으며, 성실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는 세무조사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에 개인사업자에 대해 중복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14년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인 수입금액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대상사업자가 2011~2013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업종별로 ▲농·임·어업 ▲광업 ▲도소매업 ▲부동산매매업 등은 기존 30억원 이상 개인사업자에서 20억원 이상 사업자로 ▲제조업 ▲음식숙박업 ▲전기가스수도업 등은 1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인하됐다. 부동산임대업,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은 7억5000만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조정됐다. 이로써 2011~2013년 6만5000명이었던 대상사업자가 2014년 18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실신고확인제도 대상

<자료=성실납세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정책토론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현재 성실신고 확인을 받은 사업자는 ▲신고기한 1개월 연장 ▲100만원 한도내에서 확인비용의 60% 세액공제 ▲의료비·교육비 15%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받고 있다. 반면, 대상사업자이면서 확인을 받지 않은 사업자는 가산세를 부담하거나 세무조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또 성실신고 확인자(세무사, 세무법인 등)의 경우, 대상사업자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허위 또는 불성실하게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면 ▲견책 ▲직무정지 3개월~2년 ▲500만원 이하 또는 500만원 이상~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등을 받을 수 있다. 2012~2014년 성실신고확인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확인자는 26명에 이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9일 공동주최한 ‘성실납세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정책토론회’에서 구재이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성실신고확인제는 입법과정에서 내용이 여러차례 바뀐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효과 및 문제점에 대한 검증은 미비했다”며 “특히 지난해 대상사업자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반면, 납세자(개인사업자)와 확인자(세무사)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이 제도는 정부가 민간 세무사에 권한을 위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사업자가 확인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잘못됐다. 확인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의 한도를 없애고, 정부와 사업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거나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들이 무리 없이 검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세무사회는 신고검증제를 제시하며, 신고검증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성실신고확인 규모

<자료=성실납세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정책토론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성실신고확인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제외 문제는 요즘 가장 뜨거운 감자다. 구 회장도 이날 성실신고확인을 받은 사업자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명백한 조세탈루 혐의 등이 발생했을 경우에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상을 개인사업자로 한정함에 따라 사업자들이 법인전환 등을 통해 성실신고 확인을 회피하고 있다며 법인대상자도 그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사업자에게만 특별히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부족하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를 차별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2010년 정부안대로 조세탈루혐의가 많은 특정업종(전문직 사업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경만 경제정책본부장은 “내수 부진은 물론 메르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성실신고확인제도는 또 하나의 규제일 뿐”이라며 “탈세가 만연한 고소득 전문직들의 과표 양성화와 성실납세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제도지만,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대상 기준까지 낮아져 대상사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성실신고 확인에 대한 혜택으로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실신고확인을 받았는데도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이중적 세무간섭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대상사업자에게 세무조사 수준의 자료를 요구함에 따라 사업자는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사업자가 성실신고 확인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금액은 최소 15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대상 범위를 법인 사업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법인전환 유도 정책에 대해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법인사업자는 개인사업자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투명하다. 법인사업자는 일정 규모 이상이면 외감법 적용 대상이 되고,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 등을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법인전환을 장려하고 하는데, 대상 범위를 법인까지 확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방안은 대상사업자의 확인비용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한명진 조세정책관은 세무조사 제외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무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더 살펴보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상사업자의 확인비용에 대한 정부의 전액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세액공제 확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정부에서 전부 지원해주는 것은 힘들다”며 “사실상 사업자 입장에서도 이 제도를 통해 여러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무조건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제도 도입 이후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하는 사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런 현상이 실제 성실신고확인제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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