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을 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됐으니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과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낮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계속해서 인하되는 추세다. 2007년 평균 4.5%였던 것이 2009년에는 2.2~3.6%로 낮아졌다. 2012년 이후부터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는 1.5%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이유는 카드 수수료율의 기준이 되는 적격비용 결과가 연내 발표될 예정인 탓이다. 금융위원회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적격비용에 대한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3년에 한 번씩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발표 중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각종 법안들은 국회 계류 상태다. 대학등록금 가맹점 수수료를 1%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국세 납부대행수수료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개정안, 가맹점 수수료를 2%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올라와 있다.

이에대해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여신금융연구소가 주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관련 포럼에 참석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관련 법안이 건별로 제기돼 일관된 규칙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1.5~3.0%다. 카드 종류에 따라 수수료율은 다르다. 조 교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신용카드가 평균 2.1%, 직불카드가 1.52%, 선불카드가 1.51%로 전체적으로는 2% 안팎이다.

영세가맹점의 기준을 확대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공동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영세가맹점의 범위를 기존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해 영세소상공인들의 카드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자금조달이 필요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1%인데 체크카드가 1.5%인 것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체크카드는 소비자의 결제와 동시에 지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적은 수단이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본다”고 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는 주된 요인은 기준금리 인하다. 카드사들은 고객이 카드를 쓰면 그 대금을 우선 가맹점에 치러주고, 약 한달 뒤 고객으로부터 돌려받는다. 이때 중요한 것이 카드사의 자금조달이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만큼 카드사들도 수수료 인하 여력이 충분히 생겼다고 주장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같은 인식에 동의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조달 측면에서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는 상관관계가 얕다는 입장도 맞선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카드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신용판매에서 자금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아 인과관계가 떨어진다”면서 “최근 카드대출 실적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라고 했다.

여신금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신용판매 실적은 최근 8년 동안 곱절로 뛴 반면 카드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2006년 일시불과 할부를 합한 신용판매 실적은 209조5000억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453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와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 실적은 103조원이었던 것이 93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소액 대출에 대한 수요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대부업체로 이전됐다.

카드결제 시점부터 가맹점 입금까지의 기간에 따라 수수료율에 차등을 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3일 뒤 가맹점에 카드대금이 입금된다면, 30일 뒤에 받겠다고 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깎아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는 추가된 기간만큼 자금을 융통해 수수료를 인하해줄 여력이 생기게 된다. 

김형준 비씨카드 매입기획팀장은 “현재 카드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가맹점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불거진다”면서 “자금이 급하지 않은 가맹점은 입금 기일을 늦추는 대신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이 카드를 거절할 수 없도록 정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가맹점이 신용카드 수납을 거절하거나 현금소비자를 우대하지 못하는 만큼 영세 소상공인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 신용카드를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정부가 개입해 적격비용을 계산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