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닭, 돼지 등 가축이 먹는 배합사료를 만드는 대형 사료업체들이 4년 동안 조직적으로 담합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배합사료시장에서 가격을 담합한 11개 기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73억3400만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홀딩스, ㈜팜스코, 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한국축산의희망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 등이며, 이들은 국내 배합사료 시장에서 43%를 점유하고 있다.

11개 사료업체 과징금 부과 내역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 모두 16차례에 걸쳐 배합사료 가격의 평균 인상·인하폭 및 적용시기를 담합했다. 합의는 11개 업체의 대표이사와 부문장 등으로 구성된 사장단모임에서 이뤄졌다. 이 모임 구성원들은 대부분 특정대학 선후배 사이이거나 같은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 자연스럽게 담합에 이를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가격 인상시(2006~2010년, 총 11번)에는 카길 등 매출액 상위 업체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며칠 뒤 이를 따라서 인상하는 수법을 썼다. 가격 인하시(2009년, 총 5번)엔 시장점유율 1위인 농협이 가격을 인하한 뒤 2~3일 이내에, 농협 가격 인하폭보다 적게 인하하는 방법을 썼다.

11개 업체는 합의한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인하가 이루어졌는지를 서로 확인하기 위해 각 사의 품목별 기준가격표(공장도가격표)를 가격 변경 후 공유하기도 했다.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서로 전화로만 일정을 주고받고, 논의 결과에 대한 문서 등 기록은 거의 남기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공정위는 카길에 가장 많은 249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어 ▲CJ 93억7000만원 ▲하림 32억6400만원 ▲우성사료 81억7800만원 등 11개 업체에 총 773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원재료가격 급등 등에 따른 공동대응 과정에서 발생된 점과 피심인들의 부당이득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고발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의래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소, 돼지의 경우 사료 값이 축산농 전체 생산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번 조치로 배합사료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활성화돼 궁극적으로 국내축산물의 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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