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태 이후 추진되던 대리점 보호법안 제정이 6개월의 시간을 끌고도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서 욕설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된 남양유업 사태는 ‘갑의 횡포’의 전형적인 사례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조사결과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거나 취급하지 않는 제품 등을 강제할당하거나 임의공급해왔다. 2007년부터 6년간 총 1849개의 대리점을 상대로 이뤄진 일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남양유업에게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0월에는 ‘남양유업은 대리점주에게 끼친 손해 전액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이후 ‘갑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탓에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온 구태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대리점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대리점 보호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기존의 공정거래법 하위 고시에 대리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넣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공정거래법에는 거래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역시 이 조항을 근거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행 법조항은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대리점에 대한 횡포를 막기에 한계가 있었다. 구체적인 금지행위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 대리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남양유업으로 인해 피해를 본 대리점들의 의견이었다.

대리점 보호법의 국회통과가 계속해서 미뤄지는 가운데 대리점 보호를 위한 다른 방안이 모색된 것도 아니다. 벌써 6개월이 지난 지금 대리점 보호법 제정이 해를 넘기는 모습을 보면 이미 정치권의 관심이 떠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경제민주화나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구호가 헛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정치권은 대리점 보호법 제정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경제민주화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가장 첫 걸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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