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들어 기업인증에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중앙회 발표에 따르면 기업들이 과도한 인증비용, 까다로운 인증과정, 중복 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화장지 제품이 환경표지 인증을 받으려는 경우 제품 길이에 따라 각각 인증을 받아야 한다. 35m짜리 제품과 70m짜리 제품이 있다면 각각 인증을 받아야 해, 행정절차와 비용에 부담이 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경기도에 있는 한 화장지 제조업체는 “초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제품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이제는 공공기관 납품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규제 정도로 퇴색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비용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일단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심사비라는 것을 낸다. 최종 취득 여부와는 관계없이 심사를 받기 위해 내야하는 비용이다. 이 금액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환경표지 인증의 경우 취득한 뒤에 매년 사용료도 지불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액에 따라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100만원이다. 이미 심사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한 기업에게 사용료까지 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인증을 따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남들이 하니 일단 따기는 했는데, 막상 활용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벤처기업, 이노비즈 인증을 취득하고 만료될 때마다 갱신하고는 있으나 제대로 활용해 본적은 없다고  했다. 혜택이 거의 유사하다 보니 두 개 다 필요하지는 않다고도 했다. 실제로 벤처 인증과 이노비즈는 보증기금의 한도 확대, 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비 할인, 특허청의 지식재산권 우선 심사, 코스닥 상장 심사 우대 등 혜택이 상당부분 겹친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나 ‘경쟁사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인증을 취득하는 상황이다.

인증은 기업에나 소비자에나 좋은 제도다. 기업은 인증을 준비하며 경영이나 제품에 대해 검토해보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며 세제 혜택이나 정책자금 가산점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인기관의 인증 거친 좋은 제품과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인증제도가 기업들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도한 비용부담은 덜어주고 혜택은 확대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