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9시16분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처리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사고는 가로 17ｍ, 세로 10ｍ, 높이 5ｍ, 총 폐수처리 용량 700㎥ 규모의 폐수저장조에서 발생했다. 당시 폭발로 인해 약 20cm 두께의 콘크리트로 된 폐수저장조 상부가 뜯기면서 통째로 무너져 내렸는데, 이로 인해 저장조 위에서 용접작업을 하고 있던 협력업체 소속 직원 6명은 폐수에 빠지거나 콘크리트 아래에 깔리면서 숨졌다.

이날 폭발사고는 저장조 내부에 꽉 차있던 메탄가스와 바이오가스 등이 밖으로 새어 나와 상부에서 작업하던 용접 불티와 만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한화케미칼은 현장 브리핑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저장조 외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한 후 안전허가서를 발행했다”면서 “용접 작업이 저장조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밀폐된 저장조 내부의 가스농도는 별도로 측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부 가스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어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유독성,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일수록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한화케미칼은 인화성 가스가 가득 찬 저장조 위에서 화기작업을 하면서도 내부 가스 측정은 생략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회사 스스로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 질소 누출사고와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발생한 쇳물 추락사고, 6월 울산 현대중공업 철판 추락사고 등도 모두 사업장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은 총 6874곳이다. 기업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와 이에 따른 처벌 강화 등은 물론, 독성 물질에 대한 관리와 작업장 안전 수칙 준수도 더욱 강화해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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