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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향방 ‘제노포비아’로 갈릴까?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트럼프, 멕시코계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

기사입력2015-07-07 10:16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6년 미국 대선을 맞아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을 시작했다. 공화당에서는 전 플로리다 주지사인 젭 부시와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데,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한 발언이 문제였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대선 출마를 밝히는 자리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이 미국에 마약과 범죄를 유입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미국에 사는 수많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졸지에 마약운반책이나 성폭력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 발언 이후 여러 차례 자신이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거나, 자신의 발언에 반대하는 이들이 미국의 평균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트럼프가 멕시코계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자료=비자트>
외국인을 혐오하는 심리나 행동을 제노포비아(xenophobia)라고 한다. 이방인(xeno)을 싫어한다(phobia)는 의미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외국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일이 최근에도 적잖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제노포비아 범죄의 일종이다. 남아공에서는 올해 들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화와 약탈, 폭력 등이 발생해 7명이 숨지기도 했다.

평범한 개인 차원의 제노포비아는 이처럼 폭행이나 범죄로 연결된 이후에야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경선후보 정도 되면 사소한 발언이나 시각 수준이더라도 큰 논란이 발생한다.

특히 제노포비아가 정치와 결합한 결과 나치즘이나 인종학살 등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제노포비아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발언이후 스페인과 멕시코 등지의 방송사들은 물론, 미국의 NBC도 트럼프 후보와의 계약을 해지한 이유다.

공화당내 경선 라이벌인 젭 부시 역시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공화당 주류의 시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고려해서일 수도 있고, 현재의 미국 경제에서 이주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여서일 수도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고 이들을 탄압하는 행태가 정상적인 정치는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발언이 마침내 미국 대선에서 회자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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