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시키고 역기능 막을 법제도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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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AI 발전시키고 역기능 막을 법제도 마련 시급 고의적 악용 우려 존재하고, 정책추진 근거될 법제 미흡

기사입력2020-09-02 12:0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공지능(AI)이 산업, 경제,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혁신 동력이 되면서, 이제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을 빼놓고는 성장을 이야기할 수 없는 단계로 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경쟁력이 아직 낮은 편이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와 법제도 마련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으로 인한 역기능에 대비하고 인공지능 윤리체계를 만들어 국제적 논의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신용우 입법조사관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시대의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와 입법 대응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의 활성화와 역기능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역기능에 대비해야=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경제성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정책수립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신 조사관은 데이터 기계학습을 하는 인공지능의 특성을 감안하면, 안전성이 결여되고 오남용 등 역기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계학습에 기반하고 있어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을 갖고 있으며, 노이즈 데이터로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인공지능 기술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면서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며,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의 노동 대체, 사생활 침해, 양극화 심화 등의 사회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 기술발전 및 산업진흥을 위해 시급히 해결이 필요한 사안 ▲가까운 시일 내에 위험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돼 논의가 필요한 사안 ▲중요도가 낮거나 당장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사안 등 다양한 사안들이 혼재돼 있다. 신 조사관은 현재의 기술 수준과 사안의 시급성·중요성을 고려해 논의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추진 법적 근거 마련을=무엇보다 용어를 정의하고 정책추진 및 추진체계의 법적 근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 데이터, 지능정보기술, 정보지능화, 지능정보서비스, 초연결정보통신망 등 혼재돼 사용되는 용어들을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인공지능 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산업 확산을 위한 정책 추진 ▲과감한 예산 집행 및 지원 ▲유연한 규제 특례 제도 운용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개발 및 산업진흥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거버넌스를 정립할 필요도 있다.

민간과 공공데이터를 포괄하는 데이터 활용 정책과 데이터의 거래·유통 활성화 정책 검토도 있어야 한다.

현행 법제에는 민간과 공공데이터가 구분돼 소관기관과 법률의 근거가 분리돼 시행되고 있다. 공공데이터는 행정안전부, 민간데이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소관하고 있어 이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2016년 민간·공공 데이터를 포괄하는 ‘관민데이터 활용 추진 기본법’을 시행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의 구분없이 데이터를 유통·활용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가 정보시스템 규격을 정비하고 호환성을 확보한 것이다.

◇저작권과 창작물 보호 논의=인공지능이 저작물을 기계학습할 때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도 있다. 또한 그림, 음악, 소설 등 인공지능의 창작물이 활용되면서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어 인공지능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도 요구된다.

인공지능의 오작동이나 악용 우려 해소를 위한 법제도 연구와 입법도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내재적 특성에 따라 알고리즘 불확실성, 데이터편향성 등 오작동의 우려가 있다. 또 고의적 악용을 막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알고리즘 책임법’을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경찰관이 몸에 카메라를 부착해 안면인식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 법률안 다수 발의=국내에서도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제정안), 디지털기반산업기본법(제정안), 제4차산업촉진기본법(제정안), 국가정보화기본법(개정안) 등 인공지능 정책 추진 및 거버넌스 정립과 관련된 법률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기술개발 및 산업진흥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의 경우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크지 않고,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외국 입법례가 존재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통과됐지만,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 따라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안 등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부족 등으로 폐기됐다.

신 조사관은 인공지능의 개술개발 및 산업진흥 정책 추진을 총괄·조정하고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개별 분야에서 인공지능 도입 촉진을 위한 지원 및 규제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안전을 위한 인공지능 기준이 기술발전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 관련 책임 법제를 마련하는데 현행법과의 체계적 적합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술발전 추이를 보면서 로봇·인공지능 자체에 권리·책임 귀속, 별도 법인격 부여 등의 연구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