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강화=상권 말살’ ‘상권 회생=방역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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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방역 강화=상권 말살’ ‘상권 회생=방역 실패’ ? 코로나19에 대한 언론의 갈지자 보도행태 혼란만 줄 뿐이다

기사입력2020-12-16 11:0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민국 언론이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평온할 때는 차근차근 곱씹으며 알짜와 쭉정이, 나아가 가짜뉴스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요즘같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언론이 왜곡하고 제 몫을 하지 못하면, 사회는 더욱 혼란해진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다시 ‘언론개혁’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19로 힘겨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행태때문은 아닐까.

최근 언론보도를 접하다 보면, 대한민국 코로나19 상황이 유럽의 어느 방역 취약 국가쯤으로 보여진다. 수치로만 보면,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 확진자 추세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흐름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확산세가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우려를 넘어선다.

사계절을 ‘위드 코로나’ 시대로 보낸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무엇보다 존폐위기에 직면한 소상인들은 살얼음판을 넘어 이미 깨져버린 한 겨울 바다 깊이 잠겨있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물론이고 자치단체도 저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고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나름의 묘책도 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위세에 무력화되기 일쑤였다. 언론은 정부의 속수무책을 따지고 물었다.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부가 챙기지 못한 부분을 꼬집기도 했다. 상권 피해는 상인들의 입을 통해 언급했다. 언론으로서의 역할이고, 그 지적은 개선으로 마무리되니 의미 있는 공익 행위였다.

언제부터인가. 그러나 언론은 자기모순에 빠지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지역 소상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여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아사 직전 상권에 다소나마 물꼬를 틀 요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니, 이번에 언론은 방역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났다며 정부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방역을 강화하면, 이내 어디 상권 한곳을 찾아 손님 발길이 끊겼다고 소상인 걱정에 나선다.

급기야 일부 언론은 한날한시, 한 지면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소상인이 장사가 안 돼 피해를 보고 있다고 걱정을 담는다. 절박한 소상인의 심정 앞에서 언론이 칼을 들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언론의 과도하고 기준 없는 보도로 결국 사회적 불안감이 조장됐고 이는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위정자의 행동을 두고 흔히 ‘악어의 눈물’이라고 말한다. 먹이를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양새가 마치 먹잇감이 된 동물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일부 언론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소상인을 위한답시고 생산하는 수많은 보도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넘어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이다.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장 강화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말해줘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방역이며, 이는 정부의 어떤 정책보다 탁월한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제3차 대유행에 직면 아니 들어선 현실 앞에서, 언론이 보이는 ‘방역 강화=상권 말살’, ‘상권 회생=방역 실패’ 공식은 틀렸다. 지쳐있을 소상인과 소비자를 위해, 지금 필요한 언론 공식은 ‘양심+공동체’ 그리고 ‘자기 방역 동참 독려’다. 연대와 협력, 그 공동체 정신을 살려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