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1/09/27(월) 00:01 편집

주요메뉴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중국을 읽다

기술자나 상인을 천시했던 ‘중국의 관료주의제’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만 몰두하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기사입력2021-01-27 17:01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세계의 여러 지역을 편의상 동양과 서양으로 나눠 부를 때, 동양(東洋) 즉 오리엔트(orient)는 해가 뜨는 동쪽이라는 뜻이다. 본디 유럽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의 동쪽 지역에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후 오리엔트는 해가 뜨는 동쪽에 자리한 인도와 지중해 사이의 지역을 일컫다가, 지금은 넓게 아시아 전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그런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로 항해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지역이 세계의 중심이었고 그 가운데에서도 중국, 인도, 아랍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문명국가였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이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 산업국가로 발전하면서 세계사의 중심이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것을 계기로 서구 유럽인들이 고대 제국에 머물러 있던 동양을 얕잡아보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인식을 일컬어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오늘날 중국이 동양을 대표하는 나라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자신들을 동양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中國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상의 중심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양이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중심으로부터 동쪽 바다 쪽에 있다는 인식 자체에 중국인들은 거북스러워 한다.

 

해가 뜨는 동쪽이라는 뜻인 ‘東(동)’자는 ‘나무 목(木)’자와 ‘해 일(日)’자가 조합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인들은 나무숲 너머 해가 뜨는 곳이 동쪽이며, 그 바다[洋] 너머에 있는 나라인 일본을 동양(東洋)이라고 일컬었다. <자료=한자통(漢字通), 중국동방출판중심 참조, 제공=문승용 박사>
()’자가 나무 목()’자와 해 일()’자가 조합되어 있는 것에서 보듯이, 중국인들은 나무숲 너머 해가 뜨는 곳이 동쪽이며, 그 바다[] 너머에 있는 나라인 일본을 동양이라고 일컬었다. 왜냐하면 일본이야말로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으로부터 동쪽 바다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西()’자는 새의 둥지를 그린 상형문자로서 본디 새들이 해가 지면 둥지로 돌아와 깃드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서쪽의 바다라는 뜻인 서양(西洋)이라는 말보다는 예로부터 서쪽 지역이라는 뜻으로 서역(西域)이라 했는데 오늘날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또는 인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역시 서쪽 지방이라는 뜻의 서방(西方)은 불교(佛敎)에서 서쪽으로 십만 억의 국토를 지나면 있다는 아미타불의 세계를 가리켰는데, 오늘날에는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호주 등의 지역을 말한다.

 

중국 사람들의 전통적인 세계관을 한마디로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뜻이다. 무한한 우주의 둥근 하늘 아래 네모난 땅덩이가 있고 그 한가운데 중심 지역으로서 중국이 있을 뿐이지, 다른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삼고 그 동쪽 바다 쪽에 자신들의 나라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중국은 가장 뛰어난 민족문화를 일구어 온 민족이라는 자부심으로 화려(華麗)하다는 ()’자를 보태서 스스로 중화(中華)민족이라 했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생각을 중화사상이라고 하고,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西(서)’자는 새의 둥지를 그린 상형문자로서 본디 새들이 해가 지면 둥지로 돌아와 깃드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서쪽 세상을 서양(西洋)이라는 말보다는 서역(西域) 또는 서방(西方)이라고 불러 왔다.<자료=한자통(漢字通), 중국동방출판중심 참조, 제공=문승용 박사>
어느 민족이든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라든지 천하의 으뜸이라는 식의 자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의 자유라고 할 수 있지만, 중국이 최소한 근대 이전까지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뛰어난 문화와 역사를 보유한 나라였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원전 3000년 전 즈음부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중국에서 인류의 문명이 처음으로 탄생한 이래 15세기 즈음 세계사의 주도권이 서구 유럽으로 옮겨가게 됐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생화학자 조셒 니담(Joseph Needham, 1900~1995)중국의 과학과 문명(Science and Civilization in China, 1954)’에서 중국의 과학기술이 기원전 2세기에서 16세기까지는 유럽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있었으며, ()나라 시대에 이미 그 기술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현대과학 발전에 있어서 유럽 중심주의의 편견을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유럽의 과학이 중국을 앞서기 시작하는 시점은 르네상스 시기인 1450년이며, ()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선 1644년까지도 수학, 물리학, 천문학 수준에서 두 지역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중국이 동양을 대표하는 나라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자신들을 동양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中國’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상의 중심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세계 어느 문명권보다도 훨씬 뛰어났었던 중국에서는 어째서 산업혁명이 발생해 근대 산업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 니덤이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서 니덤의 퍼즐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경제학자 저스틴 린(Justin Y. Lin)은 고대와 중세에 다른 지역의 문명보다 앞서 있었던 중국이 지난 수백 년간 중국의 관료주의제로 말미암아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 연구를 외면했기 때문에 중국의 과학이 더이상 발전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중국의 관료주의제란 많은 인재들이 과거시험을 치러서 나랏일을 담당하는 관리가 되는 제도를 말한다. 물론 당대 최고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나라의 관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인의(仁義)와 같은 도덕적인 이상을 중시하던 선비들을 높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기술자나 상인들을 천시하던 사농공상의 사회 계층구조가 강했던 것이,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로 꼽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국가고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얼마 전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7급 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701이었고, 부문별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해마다 수십조 원의 사회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시대를 바꿀 창의적인 일자리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서 또박또박 지급하는 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공무원 일자리를 잡기 위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열정과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부동산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예술별자리
  • 개인회생
  • 무역물류
  • 스마트공장
  • 민생희망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노동법
  • 신경제
  • CSR·ESG
  • 정치경제학
  • 빌딩이야기
  • 글로벌탐험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