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중진국 선진국 세대 공존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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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 세대 공존하는 대한민국 UNCTAD, 한국은 선진국 그룹…세대간 갈등 넘어서는 선진국이어야

기사입력2021-07-0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보통 30년 정도되는 기간으로 한 세대를 나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결혼 후 자식을 둘 즈음의 평균 나이와 비슷하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 적지 않은 지금은 몇 세대가 한 지붕아래 모여 사는 일이 드물다. 그래도 대한민국 사회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공동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9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을 중진국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과 후진국 중간쯤 된다는 의미다. 1980년대만 해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더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치르며, 선진국에 버금가는 국력을 과시했다. 2021년을 살고 있는 40~50대 기성세대는 중진국 혹은 선진국 진입 즈음의 시절에 젊음을 보낸 셈이다.

이달 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 변경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는 내용이다. 비공식 선진국에서 바야흐로 공식 선진국이 됐다.

한국이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한 것은 1964년 UNCTAD 설립 이후 57년 만에 최초라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해 그 세월동안 변함없이 선진국은 선진국으로, 후진국은 후진국으로 대접 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2일 개최된 제68차 UNCTAD 무역개발이사회(Trade and Development Board) 폐막 세션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이태호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대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해, UNCTAD내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방탄소년단 공연에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고 있고,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과 배우 최고상 수상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지면서, 이를 보고 듣고 자란 지금의 20대는 UNCTAD의 판단에 앞서 이미 선진국 국민으로 사회를 살고 있다.

정리하면, 2021년 대한민국은 중진국 아니 세월을 조금 더 늦춰 후진국 시절을 살아온 60~70대 세대와 중진국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40~50대, 그리고 선진국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10~20대가 공존한다.

그런데 그만큼 세대간 격차는 이질감을 넘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스 아테네 대표 철학자 중 한명인 소크라테스 조차도 세대 간 격차가 버거웠는지 당시 젊은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식의 한탄을 했다고 전해진다. 수백 년 전 한 철학자가 내뱉은 ‘사고적 고단함’은 현대인 일상에 상주하는 숙제가 됐다. 그것도 더 무겁고, 더 깊고, 더 복잡하게 말이다.

선진국 대한민국으로 오는데 발판을 마련한 세대는 후진국을 중진국으로 끌어 올렸다. 역동의 대한민국을 살며 경제가 국력이라 여기며 노동현장 일선에서 중진국 세대는 대한민국을 세계 최정상 반열에 자리잡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제 지금의 젊은 세대는 선진국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국가로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앞서 세대가 흘린 피땀에 보답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2021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꼰대’, ‘노답 라떼세대’, ‘버릇없는 젊은 세대’란 고리타분한 구분과 이간이 아니다. 지금껏 선진국은 곧 강대국을 의미했으며, 강함은 곧 전투력이 하나의 바탕이었다. 하지만 2021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선진국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그저 국방력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는데 중진국이 뭐가 필요하며, 또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 받는다해서 특별히 나아질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선진국이 된 이상 전 지구적 역할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은 세대간 갈등을 넘어 미래를 선도하는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