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협력기회 찾고 핵심기술 선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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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반도체 전쟁…협력기회 찾고 핵심기술 선점을 美,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 저지…中, 압력에 맞서 국산화 속도

기사입력2021-07-14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패권을 쥐기 위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첨예하다.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고, 중국은 이러한 압력에서 벗어나 반도체 자립을 하기 위한 국가적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반도체 자립으로 가기 위한 주요한 협력국 중 하나다. 중국과의 협력기회를 활용하면서,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미·중 갈등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 및 전망’ 보고서는 미국의 반도체 관련 대중국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최근 세제 지원정책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반도체 국산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핵심기술 선점을 위한 R&D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美, 반도체 압력…中, 산업육성 대응=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첨단기술 관련 기업에 ▲수출통제 ▲투자제재 ▲금융제재 등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자체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해소차원에서 자국 내 생산역량을 구축함과 동시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 저지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6월8일 ‘공급망 100일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분석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역량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날 미 상원에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진과 R&D 지원에 5년 동안 520억 달러를 편성한 ‘미국 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24일에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등재했으며, 6월3일에는 중국의 군(軍) 관련 반도체 업체에 대한 금융투자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는 2035년까지 2020년 GDP 수준의 두 배 성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15년간 연평균 4.73%의 경제성장 달성이 필요하며,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의 핵심은 신형 인프라 투자정책이다.

신형 인프라 투자정책은 크게 ▲정보인프라 ▲융합인프라 ▲혁신인프라 구축으로 나눌 수 있다. 구체적으로 ▲5G네트워크 ▲전기차 충전소 ▲고속철도 ▲UHV송전 ▲데이터센터 ▲AI ▲산업IoT 등에 집중 투자되며, 이들의 공통점은 반도체 관련성이다.

대규모 신형 인프라 투자가 진행됨에 따라 향후 중국 내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중국이 반도체 수지 적자 확대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혁신주도형 경제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0년 570억 달러에서 2020년 1434억 달러로 지난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6년 이후 연평균 12%씩 급성장하며, 같은 기간 글로벌 반도체 전체의 연평균 성장률 6%를 두 배나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규모에 비해 반도체 자급률은 상당히 낮다. 2020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로 ‘중국제도 2025’에서 목표로 했던 수준인 2020년 40%에 못 미친다.

◇中, 지원 통해 반도체 산업 내재화 전략=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자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반도체 산업의 내재화 전략을 펴고 있다.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는 반도체를 중점 과학기술 분야로 선정하고, 특히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의 약점이 되고 있는 설계 소프트웨어(EDA), 고순도 소재, 중요 제조장비 및 제조기술, IGBT, MEMS, 첨단 메모리 기술, SiC 및 GaN 등 3세대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8월에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세제 지원책을 발표하고, 2021년 들어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또, 제2기 국가 반도체 기금이 2019년 10월부터 290억 달러 규모로 시작했으며,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도 2019년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자금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의 반도체 기술경쟁력은 아직 낮아 자체 기술개발을 통한 역량 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한국, 일본, EU와의 국제협력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협력기회 활용…핵심기술 유출 막아야=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협력기회를 활용함과 동시에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통제 및 외국인투자심사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의 매그나칩 인수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외국인투자심사제도를 강화한 일본 및 유럽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외국인투자심사제도가 느슨한 우리 반도체 기업, 특히 기술력을 보유한 신생기업에 대한 M&A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관련 법제도 정비 및 강화를 신속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EU, 일본, 중국 등이 모두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선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무한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상 필수불가결한 핵심기술(choke-point)을 선점하기 위한 R&D를 강화해야 한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분석 ▲인재유출 방지 및 적극적인 인재확보 ▲전략적인 R&D 투자로 비교우위 분야의 초격차 유지와 새로운 선도적 핵심기술·공정(choke-point) 개발을 통한 경쟁력 유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