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보다 기업가치평가결과 설득이 M&A 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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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가격보다 기업가치평가결과 설득이 M&A 성패 M&A시장 호황…“가치평가 잘해도 상대방 설득 못하면 성사 어려워”

기사입력2021-12-23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제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한국의 M&A시장 거래규모는 약 36조원으로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M&A시장이 최근 전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마트를 비롯해 1조9000억원에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한 미국 매치그룹, 1조600억원에 지그재그를 인수한 카카오 등 신사업·핵심사업에서 압도적인 선두에 오를 기회를 포착한 기업들은 조 단위의 거래도 단숨에 단행했다. 시장에서 기업가치 10조원으로 평가받는 여가 플랫폼 야놀자는 지난해 인터파크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조 단위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으며 엑시트(Exit) 할 수 있었을까.

법무법인 린 남광인 회계사는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21일 개최한 ‘ICT벤처 M&A 밸류에이션’ 특강에서, “그동안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은 ‘한 해 버는 현금 몇 년을 모아야 인수 비용을 되찾을까’였다면, 4차 산업시대에는 ‘스토리’를 만드는 게 M&A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짓게 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시대…전통적인 가치평가는 낡은 이론

전통 제조업은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대비 ○○배, 음식료(F&B)는 ○○배를 적용하는 ‘적정가격’은 이제 낡은 이론이 됐다. 당장 내년 산업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가능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매년 유입될 현금을 가정하는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직면한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베이코리아, 하이퍼커넥트, 야놀자, 지그재그 등 대부분 적자이거나 한 해 많아야 수백억원 남짓의 이익을 거두는 회사들이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미래에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스토리, 사업계획 그리고 설득가능한 명분이 작용했다는 것이 남 회계사의 분석이다.

다시말해 기업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변동하고, 현재는 4차 산업의 특징을 고려해 기업가치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을 못하는 가치평가는 ‘혼잣말’에 불과하다”

기업가치평가(Valuation)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과 다르게, 투자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평가자의 입장에서 평가되는 금액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시가총액이라는 가격이 존재하지만, M&A의 경우 정확히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거래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남 회계사는 거래를 위한 가치평가는 거래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 가격이 책정되어야 함’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는 가치평가는 ‘혼잣말’에 불과하다고 했다.

남 회계사에 따르면, 시중에서 활용되는 가치평가방법은 20개 정도가 있다. 그 중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자산가치 접근법, 상대가치 접근법, 수익가치 접근법 등이다.

▲자산가치 접근법=자산가치 접근법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항목들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순자산(자본)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보유한 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할 경우 이 평가방법이 적합하다. 예를들어 부동산 투자 회사처럼 자산 자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나 기업회생절차 등으로 회사의 수익력이 상실된 상태인 경우 이 평가방법이 사용된다.

▲상대가치 접근법=유사상장기업의 시장가치(시가총액 등)를 적용해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평가시점의 상황이 평가 결과에 영향을 매우 크게 미치기도 한다. 기업공개(IPO)시 공모가 산정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평가기법이다.

▲수익가치 접근법=미래의 잉여현금흐름에 할인율을 적용한 현재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남 회계사는 이 방법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정이 적용되며, 가정의 설득력이 가치평가 결과의 핵심이 된다고 말했다.

남 회계사는 자산가치 접근법→상대가치 접근법→수익가치 접근법으로 단계가 진행될수록 가치에 대한 정보는 점점 증가해 정교함도 증가하지만 미래영업이익, 매출액 등 가정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정이 하나 틀릴 때마다 오류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치평가 방식은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없으며, 기업의 특징과 정보의 양에 따라 설득력 있는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가치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닌 평가의 결과가 설득력이 있느냐이며, 가치평가를 아무리 잘 했다 하더라도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면 원하는 정도의 M&A를 성사시킬 수 없다도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