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와 이커머스는 왜 서로 경계 넘나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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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OTT와 이커머스는 왜 서로 경계 넘나들고 있나 콘텐츠 통해 상품 브랜딩하고, 콘텐츠는 이야기 이상 수익 만들어

기사입력2022-03-28 10:38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원하는 영상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다. OTT 서비스는 대화면 TV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급되고, 태블릿PC 수요가 날로 커지고,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드는 틈을 타 콘텐츠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우리나라 OTT 서비스 이용률은 69.5%다. 국민 10명 중 7명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OTT 서비스 간 경쟁도 점점 치열해졌다. 이제까지 각 OTT 서비스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단연 콘텐츠였다. 인기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면 구독자 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지나친 출혈경쟁은 사업자 입장에서 딜레마가 따른다. OTT 시장에서는 투자비용이 늘어나면 수익이 줄어들고, 투자를 줄이면 다른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OTT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활로를 찾고 있을까?

◇OTT 기업 생존전략 ‘원소스 멀티유즈’=OTT 서비스의 기본 수익모델은 월 구독료다. 하지만 구독료 하나에만 수익을 의존하기엔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다. 사용자들이 인기 콘텐츠가 나왔을 때 서비스를 구독하다가, 원하는 콘텐츠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구독을 끊고 다른 OTT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2022년 주요 OTT 서비스들의 글로벌시장 진출과 신규서비스 등장으로 사용자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서비스 해지를 고민하는 가입자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올해 일부 국가에서 월정액 가입형 주문형 비디오(SVOD) 해지율은 최대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다만, 딜로이트는 1인당 평균 구독서비스는 더욱 늘어나고 해지한 것보다 신규 구독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 덧붙였다. 긍정적인 전망이지만, 이는 OTT 시장 전반의 성장세에 관한 것이므로 각 사업자 입장에서 고객 이탈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기는 어렵다.

최근 OTT 기업들은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 넷플릭스는 게임시장에 진출하고 왓챠는 웹툰, 음악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자사 OTT 서비스에서 인기몰이를 한 영화나 드라마의 IP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넷플릭스 숍을 열고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통기업 월마트와 함께 손잡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트레이닝복을 판매하기도 했다.

OTT 기업이 자사가 확보한 콘텐츠들을 활용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화콘텐츠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파급효과와 수익을 노리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속성을 갖고 있다. 소설 ‘해리포터’가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만들어지고, 마법사 의상과 지팡이, 각종 액세사리 등이 인기상품으로 팔리는 것과 같은 논리다.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콘텐츠라면, 시청자들의 팬덤을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여 매출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OTT 서비스들이 각 사용자들의 취향과 콘텐츠 이용 패턴 등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 또한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OTT 서비스들은 각 사용자들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언제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판매전략으로 활용해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고 타깃 마케팅을 펼치기 유리하다.

상품과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OTT는 이커머스에, 이커머스는 OTT에 관심을 갖고 경계를 허물고 있다.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 구독서비스가 서로 얼키고 설키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커머스 기업도 OTT와 콘텐츠에 관심=한편, 온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기업도 OTT에 진출하거나 OTT 서비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쿠팡이다. 쿠팡은 2020년 12월 자사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선보였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OTT 플랫폼 MAU(월간활성사용자) 성장률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매월 평균 20.87%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타 OTT 플랫폼의 한 자리 수 성장률을 압도적 차이로 앞서는 기세를 보였다.

쿠팡은 월 2900원인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에게 로켓배송과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다른 OTT 서비스의 구독료가 월 1만원이 넘는 것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 이와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와 드라마 ‘어느 날’ 같은 인기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까지 자랑한다.

쿠팡처럼 자체 OTT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OTT 기업과 긴밀한 제휴를 맺고 각종 결합상품을 선보이는 이커머스 기업도 있다.

네이버는 CJ ENM과 제휴해 네이버플러스 가입고객에게 티빙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11번가는 아마존 직구 상품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는 우주패스에 가입한 고객에게 웨이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G마켓 글로벌숍은 웹드라마와 웹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G마켓 글로벌숍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제품을 판매하는데, 타깃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 한류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로 경계를 넘나드는 OTT와 이커머스=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 이제는 상품과 콘텐츠를 떼려야 떼기 어렵다. 상품 판매를 증진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의 흥미를 끄는 스토리를 만들어 입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인기 콘텐츠를 활용해 각종 굿즈를 사고 파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상품은 콘텐츠를 통해 브랜딩을 하고, 콘텐츠는 이야기 그 이상의 확실한 수익을 상품을 통해 도모하는 셈이다.

상품과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OTT는 이커머스에, 이커머스는 OTT에 관심을 갖고 경계를 허물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아마존은 상품과 콘텐츠를 결합해 더욱 큰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택했던 원조 기업이다. 아마존은 2006년 이미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시작했다.

온라인 서비스와 플랫폼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월별로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는 ‘구독서비스’가 널리 확산된 것도 OTT와 이커머스 간 경계를 허무는 데 한몫 했다. OTT 기업들은 월 구독료를 받고 사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커머스 기업들은 월 구독료를 받고 무료배송이나 할인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독서비스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멤버십이지만, 고객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구독을 중단하기도 쉽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구독을 끊을 수 없을 만한 이점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하는데,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결합해서 함께 제공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OTT 서비스를 그만 이용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OTT 서비스에서 그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 할인 혜택까지 준다고 하면 선뜻 구독을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 본다면, 앞으로는 OTT와 이커머스 분야가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구독서비스들이 연결, 제휴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수 있다. 요기요의 요기패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요기패스는 배달음식 할인을 제공하는 정기 구독서비스인데, 요기패스에 가입한 고객은 왓챠 10일 무료,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의 첫 달 구독비 무료 및 2~3회차 구독비 5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