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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 특혜성 사면 주장, 명분이 없다
이미 가석방으로 혜택…경영 리스크 주장 근거 부족
- 기사입력2022-04-2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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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는 명분이 없고 근거가 부족하다. 사진은 지난 21일 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부회장 <사진=뉴시스>경제 5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청와대에 청원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특혜성 사면을 단행할 만한 명분을 찾아볼 수 없다. 또 사면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 중 일부는 근거가 부족하다. 무리한 특혜성 사면 주장은 재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만 악화시킬 따름이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뇌물·배임·횡령 등 5대 중대범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사면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 특히 배임·횡령은 재벌 총수들의 처벌 사유 중 첫 손에 꼽힌다. 자연히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은 한 차례도 없었다.이재용 부회장 역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뇌물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가석방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원칙은 임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 깨뜨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뇌물이나 횡령 등 중대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특별한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다. 반대로, 유독 재벌 총수들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대해서만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는 비판의식이 사법불신까지 불러일으킨 상황이다. 따라서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성 사면 요구는 국민들의 인식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다양한 혜택을 입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뇌물·횡령액의 금액이 높아 최소 형량이 5년이었지만, 재판부의 재량으로 절반까지 감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가석방됐고 오는 7월 29일에 형기가 만료된다. 사면은 아니지만 가석방으로 이미 수감생활에서 벗어났으니 경영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경영리스크로 지적하는데, 이는 사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면 요구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특별사면은 법원의 선고로 형이 확정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 또다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인지 의문이다.재벌 총수들이 뇌물이나 배임·횡령으로 수감생활을 하더라도 형을 끝까지 마치지 않고 사면을 받은 일이 수 차례 반복된 것은 사실이다. 이제라도 바로잡아 보자는, 사법부의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죄값을 정상적으로 치르도록 하자는 주장이 그렇게 무리스러운지 의문이다.솜방망이 처벌과 집행유예 선고에 심지어 사면까지 해주니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국민들의 인식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 통계를 보면, 횡령액이 클수록 도리어 집행유예 비율이 올라간 시기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유머 게시물 중에 횡령하려면 300억원 이상을 하라는 블랙 유머가 나오기도 했다. 재벌에 대한 특혜가 과도하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드러난 장면이다.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이처럼 명분도 없고 근거도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다음 정부에서도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성 사면은 고려하지 않아야겠다. 공정과 신뢰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간신히 내딛은 5년간의 발걸음을 소중히 생각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