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권 없는 일반가맹점에 카드 최고수수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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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협상권 없는 일반가맹점에 카드 최고수수료율 카드사, 대기업 가맹점과 우대수수료율 손실 전가 지적

기사입력2022-04-2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은평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씨. 그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때마다 1.97%의 카드수수료를 신용카드 회사에 지불하고 있었는데, 2월경 카드사로부터 수수료가 2.3%로 인상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중 가장 높은 수수료다. 월 매출이 10억원인 경우 한달에 1970만원이었던 신용카드 수수료는 인상 후 2300만원이 되는데, 임대료 1400만원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1년이면 약 4000만원을 추가로 더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이처럼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며, 동네마트 등 가맹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중소마트들은 특히 최고 수수료율인 2.3%로 인상을 통보한 신한카드에 대해 가맹점 해지운동을 벌이며 다른 카드에 대해서도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마트협회는 지난 2월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일반가맹점 카드수수료 일방 인상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금융당국은 2012년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3년 주기로 가맹점별 원가 및 거래패턴 분석을 통해 수수료율을 재산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정규모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3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카드사가 대기업과의 수수료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은 일방적으로 정해 높은 수준으로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 30억↑ 일반가맹점 최고수수료율=현행 영세중소가맹점으로 분류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은 연매출 30억원 이하다. 연매출 3억원 이하는 0.5%, 3억~5억원은 1.1%, 5억~10억원은 1.25%, 10억~30억원은 1.5%의 수수료율을 각각 적용한다.

연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이거나 신규가맹점으로 연매출 정보가 없는 경우 일반가맹점으로 분류되며, 수수료율 우대를 받지 못한다. 최근 이 구간의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최고 수준인 2.3%까지 인상하면서 중소마트, 주유소업계, 온라인 결제대행을 하는 PG업계 등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사와의 협상을 통해 1%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일반가맹점은 수수료 협상에 대한 기회 자체가 없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중소마트들은 최고 수수료율인 2.3%로 인상을 통보한 신한카드에 대해 가맹점 해지운동을 벌이며 다른 카드에 대해서도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마트협회 홍춘호 이사는 “신용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대부분은 우대수수료율 적용 매출 범위 밖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 매출액 5억원 이하의 우대수수료 적용 구간은 가맹점 수 기준으로는 87.4% 비중이지만, 매출액에서는 16.8%에 불과하다. 2019년 우대수수료 적용 구간이 30억원 미만으로 확대됐고,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비중은 여전히 30억원 초과 구간에서 많은 부분 발생한다는 것이 마트협회의 설명이다.

◇카드수수료 TF에 일반가맹점 대표 없다=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24일 합리적·종합적인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맹점·소비자·카드업계·전문가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장▲카드업계(신한, 현대, BC) ▲여신금융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한국금융연구원이 참석했다.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우대수수료율 적용 매출구간이 회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TF에 참여했지만, 일반가맹점은 빠져있다.

홍 이사는 “TF에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협상권이 없는 일반가맹점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매출액 30억원 이상의 일반가맹점은 가맹점 수로는 적지만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비중에서 8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수익에서 비중이 적은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는 최고 수수료율인 2.3%까지 인상한 것은 생색을 내고 실제로는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협상권이 주어져야 하고, 금융위의 TF에도 일반가맹점 단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여신금융업법상 우대수수료율이나 대상은 저희가 정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권한이 없다”며, “TF에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우대수수료율 손실 전가하는 구조=한국금융연구소의 ‘지속가능한 가맹점수수료 체계 기반 마련 연구’ 보고서에서 구정한 선임연구원은 현재 적격비용체계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체계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적격비용에서 산출되는 가맹점 평균수수료율 보다 우대수수료율이 낮기 때문에 일반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에는 단순히 일반가맹점에서 지출해야 하는 수수료뿐만 아니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함에 따라 전가된 비용이 추가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과 대기업 가맹점의 수수료율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일반가맹점에 전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카드사는 대기업 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과정에서 고객대상 서비스를 추가하게 된다. 결국 대기업 가맹점은 낮은 수수료를 내면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며, 일반가맹점은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도 낮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게 되면서 매출 양극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덧붙여 카드사마다 수수료의 세부내역을 가맹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별로 구체적으로 구분해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