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었던’ 신인류 X세대…엑스틴으로 귀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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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튀었던’ 신인류 X세대…엑스틴으로 귀환하다 디지털 소비시장 주류로 등장 …X세대 부모와 Z세대 자녀 주목

기사입력2022-05-06 00:0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20여년 전 신인류라고 불렸던 X세대의 인터뷰 내용 일부다. X세대는 1965~1979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X세대는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를 표방했으나, 대학재학 중 또는 사회생활 초기에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생존을 위해 탈권위 의식과 저항 본능을 억누르고 조직생활에 융화된다. 한마디로 단군 이래 ‘가장 튀었던’ 세대가 ‘튀지 않으려는’ 세대로 바뀌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86세대와 밀레니얼 사이에 끼어있어 ‘낀세대’라고도 불린 X세대가 디지털 소비시장의 주류로 귀환하고 있다. 지난해 밀레니얼세대가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엑스틴(X-teen)세대가 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영포티(Young forty)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10대의 Z세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4050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올해 초 유로모니터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2022’로 ‘디지털 시니어(Digital Seniors)’를 선정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중장년층에 맞춘 디지털 마케팅도 활발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 한국의 소비생활 지표’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50대가 2.6배(2019년 29.5%→2021년 79.2%), 60대 이상은 10배 이상(2019년 5.6%→2021년 57.6%) 디지털 소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재고전문몰 리씽크는 4050 ‘엑스틴’ 세대 매출이 전년대비 약 33%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씽크는 타깃층인 엑스틴 세대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브랜드 전속모델로 엑스틴 세대의 가수 윤도현을 발탁하기도 했다. 리씽크 김중우 대표는 “엑스틴 세대는 실질적인 구매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 최근 업계에서 소비의 큰 손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특히 올 한해는 MZ세대와 더불어 엑스틴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리씽크도 이에 대해 맞춤형 판매전략을 세우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주류는 MZ세대였으나, 코로나19로 X세대의 이커머스 활동이 급증함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의 ‘큰손’이 손바뀜하는 형세다. 앞서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2’를 통해 “큰 시장을 장악하려면 엑스틴을 잡아야 하며, 당분간 대한민국 소비시장은 엑스틴이 이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밀레니얼세대가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엑스틴(X-teen)세대가 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10대의 Z세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4050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X세대 입맛을 어떻게 맞추지=식품업계에서는 X세대에게 친숙한 광고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버거킹은 배우 김영철, CJ제일제당은 배우 나문희, 오비맥주는 배우 윤여정, 칭따오는 배우 김갑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는데, 이들은 기성세대에게 친숙한 얼굴이자 MZ세대에게는 신선한 광고모델이기 때문이다.

명품패션 업계도 마찬가지다. X세대에게 익숙한 김혜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40대 사용자 수가 전년대비 260% 증가했다.

이밖에도 명품패션 플랫폼인 머스트잇, 캐치패션, 트렌비는 각각 주지훈, 조인성, 김희애를 모델로 기용해 구매력이 높은 X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4050세대 여성 고객을 위한 패션 플랫폼 ‘포스티(Posty)’를 출시했으며, 퀸잇은 2020년 9월 40대 여성을 위한 패션 앱으로 출시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앱 다운로드 수가 350만명을 넘어섰다. 청청패션, 배꼽티, 멜빵바지, 곱창 머리끈 등 1990년~2000년대에 유행했던 패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세기말 패션’이라고도 불리는 일명 X세대의 ‘Y2K’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X세대는 어떤 세대인가?=지난해 LG경제연구원은 ‘40대, 86세대의 후예인가, 밀레니얼세대 선조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X세대에 대해 재조명했다.

냉전이 종식되고 국내에선 문민정부가 등장한 1990년대에 10대와 20대를 보낸 X세대는 ‘개성과 자유’를 부르짖었던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며 조직에 적응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청소년기와 20대 청년시절에 형성됐던 강력한 탈권위 의식과 저항 본능을 억누르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세대는 밀레니얼세대가 조직에 들어와 잘못됐다고 느끼는 관행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86세대의 후예’가 아닌 ‘밀레니얼세대의 선조’였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은 고객으로서의 X세대에 대해 “30평대 이상 아파트에 거주하며 ‘전통적 가정’을 꾸리고 이를 중시하는 거의 마지막 세대이기에 의류관리기,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시장창출형 신가전은 물론 럭셔리 화장품, 미용가전 등의 큰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고객으로서의 40대는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Z세대(주로 10대)의 부모라는 점이다. 지금의 40대가 역사상 자녀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부모들이라는 것도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가·좋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좋다·좋았다’는 답변이 Z세대에서 67.5%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바로 이 Z세대의 부모 다수가 X세대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Z세대는 가족의 식품, 음료, 가구, 가정용품 등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전체의 70%가 넘고, 전자제품이나 의류, 신발, 외식, 여행 등의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도 60%가 넘는 ‘소비 권력자’다. 달리 말하면, X세대 부모와 Z세대 자녀 사이에 제품, 서비스 구매와 관련한 소통이 활발하다는 것이며, Z세대 자녀들이 부모 세대와 브랜드 선호도 등과 관련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라며, “이들 중 다수는 50대가 되면 더 큰 구매력을 갖고 기업의 지속적인 고객이자 우군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