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으로 일자리와 복지 늘려 ‘국민’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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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재정으로 일자리와 복지 늘려 ‘국민’을 지켜라 정부는 ‘긴축재정’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하겠다는 것인가

기사입력2022-07-15 10:3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을 공식선언했다. 지난 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정한 ‘향후 5년간 정부 재정운용방향’은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 예고였다. 정부의 의지와 정책 방향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유동성 예산뿐만 아니라 교육재정교부금 등 의무지출 항목까지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이 재정만능주의를 심화시키고 국가 부채를 크게 늘렸다는 정치 공세를 수없이 되풀이 해왔던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생각하면, 긴축재정 선언은 당연한 수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부채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또 새로운 정부에서 씀씀이를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나무랄 게 못 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선언은 잘못된 진단과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전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진단처럼 국가재정을 망가뜨린 부작용만 키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복지재정 확대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구제책 등이 있었기에 코로나19 모범국이라는 찬사와 건실한 무역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직 코로로19 팬데믹은 끝나지도 않았지만 상처는 크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위기는 국민들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경제상황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이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모든 것들을 줄이는 긴축재정을 하겠다는 선언, 국민들이 박수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복지재정 확대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구제책 등이 있었기에 코로나19 모범국이라는 찬사와 건실한 무역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30일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하는 정부. <사진=뉴시스>

줄이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구체적인 계획은 우려를 더 키운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정부인력운영’ 방안 내용도 그 중 하나다.

매년 공무원 정원의 1%를 감축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방안은 취업준비생 등 젊은이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라 할 수 있다. 경찰 인력과 교원 수급도 재배치나 인력의 효율적 운영으로 중심이 옮겨가면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철밥통 공무원들의 군살빼기라는 설명도 있지만, 신규 채용보다 인력 재배치를 우선하는 건 오히려 철밥통 지키기이거나 사다리 걷어차기일 뿐이다. 정부가 신규 채용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성립될 수도 없는 계획이다.

또 다른 우려는 경제침체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돈줄을 조이고 기업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줄이면, 국민들 주머니는 가벼워 질 수밖에 없다. 내수침체와 실업증가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고, 고물가에 방어막을 갖지 못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늘려 위기에 빠진 국민들에게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일은, 나라 빚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당위를 앞세워 긴축재정 정책을 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확장재정이 ‘낭비’와 동의어가 아니듯 긴축재정이 절약하는 살림살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더구나 나라살림은 얼마나 절약하는가 하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에 중심이 모아져야 한다. 지금은 긴축재정을 한다고 청년 취업의 문까지 걸어 잠그는 절약보다, 수백억원을 들여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무모함을 경계해야 할 때다.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고 긴축재정으로 나라 곳간을 지키겠다는 것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할 것인가 판단하는 일이다. 긴축재정(?) 위기의 능선에 선 국민들에게는 각자도생 하라는 협박처럼 들린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