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자율규제는 소상공인 정책과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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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민간주도·자율규제는 소상공인 정책과 배치” 생존권을 위협하고 소상공인 정책은 더 없을 것이란 우려 나와

기사입력2022-08-19 16:5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18일 ‘윤석열 정부 100일 평가 : 권력기관, 노동민생 분야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약속했던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손실보상은 지켜지지 않았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손실보상 역시 일시적 조치로서 ‘손실보전금’ 약 23조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무마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이 정부에서 더 이상 소상공인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의 현안 해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소상공인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지난 18일 마련한 ‘윤석열 정부 100일 평가:권력기관, 노동민생 분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중소상인 정책 평가’ 발제를 통해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으로 실질적 내용은 손실보상과 부채문제로 좁혀볼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의 두 정책은 모두 현안에 대한 대응책 또는 대책이지 장기적인 국가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급적용 약속 못지키고=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출범 초기 손실보전금 23조원을 지급하고 보상 보정률과 지급하한액 상향 및 지급 대상을 확대해 보상금액과 범위를 확대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줄곧 영업금지와 제한을 입은 피해에 대한 소급 적용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소급 적용을 피하려고 하다보니 손실보전이라는 이름으로 방역지원금을 대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실제 입은 손해에는 미치지 못한 손해보전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매출이 조금이라도 늘거나 기준일 이전에 폐업한 소상공인은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양 변호사의 평가다.

◇부채는 상환유예 수준=특히 소상공인 부채에 대한 정책은 아직 실질적 정책이라고 할 만큼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상환 유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양 변호사는 소상공인 부채 문제는 오래전부터 잠재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증폭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부채는 2017년 549조원, 2018년 624조원 2019년 684조원 수준이었고 매년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약 803조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전년대비 17.3% 증가한 수치다. 2021년에는 전체 부채규모가 약 909조원으로 전년대비 13.2% 늘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양 변호사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자연스럽게 부채 증가와도 직접 관련이 있고, 손실보상이 부족한 만큼 부채도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특히 소득이 적은 소상공인일수록 부채가 늘었다. 시사인의 8월5일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저소득 자영업자(소득하위 30%)는 전년대비 22.32%, 중소득 자영업자(소득 30~70%)는 25.51% 부채가 늘었다. 반면 같은 시기 고소득 자영업자(상위 30%)는 14.76% 증가에 그쳤다. 2021년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는데, 저소득 자영업자는 전년대비 17.32%, 중소득 자영업자는 14.4%, 고소득 자영업자는 12.22% 빚이 늘었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30조원을 투입해 대출을 장기 상환할 수 있게 했다. 자산관리공사가 각 금융사로부터 채권을 사들인 뒤 최대 3년까지 이자만 내도록 하고, 최장 20년에 걸쳐 나눠 상환하도록 하는데도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하는 정책을 내놓았고 이와 함께 8조7000억원을 투입해 이자가 연 7%를 넘는 대출은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양 변호사는 한계 소상공인에 대한 선제적 구제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 논란 극복과 재원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민간주도, 자율규제는=윤석열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방향은 ‘성장에 있어서 민간주도, 규제에 있어서 자율규제’가 키워드다.

양 변호사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민간주도나 자율규제는 소상공인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확장을 조정하기 위한 사업조정, 가맹점이나 대리점 단체를 결성해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고 강제력을 부여하는 제도, 대규모 유통사업자에 대한 제한 등은 적극적인 보호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양 변호사는 시장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데 여기에 정부의 조정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자율을 우선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지원정책만으로 소상공인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과거 교훈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이 주로 영위하는 분야와 자체적 혁신이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 변호사는 당장 눈앞의 사안을 위한 대응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