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 말하며 공공지원 절실한 약자 배려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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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긴축재정 말하며 공공지원 절실한 약자 배려 한다고 정치복지·약자복지는 무슨 말인가…특단의 조치(?) 말보다 실천이다

기사입력2022-08-24 09:4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암과 불치병,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모녀의 극단적 선택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반지하 주택에 빗물이 들어차 빠져 나오지 못한 일가족 참변도 얼마 전 일이다. 왜 이 사회는 가난을 죽음으로 맞바꾸어야 끝이 나는지, 평생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죽고 나서야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섣부르게 정치와 연결할 생각은 없지만, 사회안전망은 거미줄만큼의 촘촘함이나 무게감도 가지지 못했음을 새삼 느낀다.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던 ‘송파 세모녀’의 극단적 선택, 8년 전 있었던 일이다. 정치권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했지만, 일가족이 빚과 생활고로 세상을 등지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자살률 세계 1위,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여전히 지우지 못했다. ‘수원 세모녀’의 죽음은 ‘송파 세모녀’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다. 매번 ‘사후약방문’ 격으로 변죽만 울리며 따라잡기 바쁜 복지정책, 어떤 정권인들 이들의 죽음 앞에 책임이 없다 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수원 세모녀 비극에, 정치복지보다 약자복지로 어려운 삶을 배려해 왔다며 특단의 조치를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만큼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이 전 정권보다 뚜렷하게 나은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약자복지, 이전 정부는 정치복지라 말하지만 근거도 없다. 오히려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복지부장관 인선조차하지 못하는 건 복지정책을 너무 등한시하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또 모든 걸 줄이겠다고 긴축재정을 천명하면서, 기존의 복지제도라도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말하지만 무엇을 바꾸겠다는 건지 가늠되지 않는다. 지금의 복지정책이 불안전하고 사회안전망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보강하고 채워야 할 부분이지, 정치복지라고 하면서 모든 걸 부정할 일은 아니다.

수원 세모녀의 죽음은 특단의 조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복지정책조차도 제대로 운영해오지 못한 탓이 크다. 주소지와 다르게 살고 있었다는 그들에게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면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로도 생계비나 의료비, 주거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가난을 수차례 증명해야 하는 과정, 까다로운 심사 절차, 도움이 크지 않는 지원에 빈곤층 73만명 중 48만명이 지원 신청조차 하는 않는다는 사실은 복지정책이 얼마나 겉돌고 있는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바꾸어야 할 것, 보강해야 할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이전 정권의 복지정책을 정치복지라 규정, 특단의 조치 운운하는 것은 실체없는 립서비스로 끝날 공산이 크다. 어떻게 지원받는지 절차조차 모르는 빈곤층에게 국가가 사회안전망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인적 보강과 복지재정의 확대, 인식의 전환 등 모든 것이 동반돼야 한다. 복지는 포퓰리즘이라는 기존 보수정권 사고로는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 지금까지 운영되어온 복지정책을 제대로 유지하기도 힘들다.

살기 힘드니까 결혼도 포기하고 애도 낳지 않는거다. 희망보다는 고통의 삶을 짓누를 때 극단적인 선택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국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도,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도 아니다. 특단의 조치. 말보다 행동, 올바른 정책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송파 세모녀의 죽음은 수원 세모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으로 죽음의 행렬을 끊어내길 간곡히 주문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