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문제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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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14년만의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문제없다니 기재부 “경상수지 견조한 흑자”…작년의 반토막인데 빼놓고 설명

기사입력2022-08-25 00:00

최근 무역적자가 이어지자, 기획재정부는 현재 상황에 대해 큰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나섰다. 무역수지보다 중요한 경상수지가 “비교적 견조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정작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반토막이 났다는 사실은 빼놓았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8월 들어 20일까지의 무역수지 적자가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8월에도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상황으로, 4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가 5개월을 이어갈 지경이다. 2008년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최근 무역수지 동향에 관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무역수지 적자는 연초부터 이어진 에너지가격 상승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에너지수입 확대폭이 매월 무역수지 적자폭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역수지는 해외생산품의 수출입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이를 포함한 상품수지는 6월까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돌파해 1345원대까지 올라섰다. 무역적자 확대에 체감경기 악화까지 겹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가 보다 유용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재화 수출입뿐만 아니라 서비스교역, 해외투자 소득 등 대외부문과의 경제적 거래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는 타당한 설명이다.

기재부는 최근 경상수지 추이에 대해 “해외생산 수출 확대 및 소득수지 흑자 등”의 영향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상반기 들어 24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라는 사실만 강조할 뿐,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달 들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의 경상수지는 418억 달러 흑자였다. 흑자 폭이 무려 170억 달러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는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의 감소다.

향후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은 최근 ‘KERI 경제동향과 전망:2022년 2/4분기’ 보고서에서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폭을 뛰어넘는 수입의 급증과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883억 달러에서 올해 48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입과 비교해 수지를 따지는 대신 수출만 따로 때놓고 봐서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실질수출도 지난해 높았던 실적에 대한 역(逆)기저효과와 중국의 성장둔화 심화에 따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21년 수출성장률 9.9% 보다 5.8%p 낮은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의 설명대로 경상수지에 걱정할 바가 없다면 연속된 무역적자라도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을 터다. 그런데, 지난해보다 경상수지 흑자가 반토막 추세에 수출성장률도 감소한다는 점을 모두 빼놓고 설명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대중무역이 이미 3개월 적자를 기록했고 8월 들어 적자를 이어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중수교 30년 이래 없었던 최초의 사태다.

이 와중에 환율마저 들썩이고 있다.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돌파해 1345원대까지 올라섰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만의 일이다. 무역적자에 고환율, 고물가가 겹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재부의 설명처럼 한국의 무역과 경제상황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설명은 충분하지 않고, 체감경기와 동떨어진 설명은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문제가 없다면 빠짐없이 설명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객관적으로 밝힐 것을 밝히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 혹여 현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