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확장제도로 하청 노동3권 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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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단체협약 확장제도로 하청 노동3권 보장을” 원청 단체협약이 하청업체에도 확장·적용하는 방식 입법 제안

기사입력2022-08-26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전자서비스, 티브로드, 하이트진로, 대우조선해양…. 최근 하청노동자 현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사회에서 원하청관계는 단순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갑-을관계’의 문제를 넘어, 사실상 영향력과 지배력이 있는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원청에서 퇴직한 임원이 하청의 사장을 맡거나 지분관계에 의해 원청의 결정으로 하청의 납품단가와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결정됨에도, 원청은 하청노동자와 직접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단체협약 확장제도’를 통해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권오성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 TF가 25일 개최한 ‘조선업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토론회 중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 두번째 토론회에서 이러한 의견을 내놨다.

권 교수는 ‘하청근로자 단체교섭권 실현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하청노동의 확산은 노동력 거래의 불공정을 심화시킴은 물론 하청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를 사실상 제약해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외주화 진행=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산업분야에서 광범위한 외주화가 진행됐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조선업이나 건설업의 경우, 이러한 외주화가 산업화 초기부터 진행돼 그 뿌리가 깊다.

하청근로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간접고용의 경우, 하청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해 사업을 영위하는 원청기업이 하청근로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을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청구조는 하청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집단적 노사관계 국면에서 하청근로자의 노동3권 침해도 심각하게 진행돼왔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2008년과 2012년, 2017년 한국 정부에 대해 ▲사내 하청노동자의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 원청의 도급계약 해지 등 반노동조합적 차별행위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할 것 ▲원청이 노동조합의 권리 행사를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청을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정부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 강화를 위해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또 ▲사내 하청노동자에 대한 노조 탈퇴 압력,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한 해고, 단체교섭 회피 등 노동기본권 침해 사안에 대해 도급계약 자체가,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소속 및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법제도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각각 권고한 바 있다.

◇단체교섭 활성화 위해 입법적 정비를=권 교수는 중층적인 노동관계에서 단체교섭을 활성화하기 위해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접고용근로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규정(제2조 제2호), 교섭단위의 분리(제29조의3 제2항), 교섭원칙(제30조 관련), 단체협약 작성(제31조 제1항), 조정개시(제53조 제1항), 부당노동행위 관련(제81조 각호) 등의 조항은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대하기 위해 간접고용근로자들이 원청업체와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원청업체의 직접고용근로자들이 적용받은 단체협약이 하청업체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간접고용근로자들에게도 확장·적용하는 방식의 입법을 제안했다.

단체협약 확장제도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배타적 교섭대표제를 들 수 있다. 교섭대표제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표해 교섭하는 구조가 아니라 교섭단위에서 선거를 통해 교섭대표로 선출된 노동조합이 그 교섭단위 전체에 적용될 단체협약을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이다.

권 교수는 많은 국가들이 임금불평등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단체협약 확장제도를 적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의 다각화로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확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단체협약 확장제도가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단체협약 확장제도는 가사노동자와 돌봄노동자, 특고노동자뿐만 아니라 사내도급과 하청 같은 고용형태의 특성 그리고 플랫폼노동, 크라우드 노동 등 노무제공 형태의 특성으로 인해 사실상 노동조합과 단체교섭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는 부문에서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