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 또다른 나 ‘아바타’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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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가상세계 또다른 나 ‘아바타’ 어떻게 볼 것인가 ‘현실의 나’ 대신해 활동…디지털 사회가 자아개념에 미치는 영향은

기사입력2022-09-06 00:00

지난 7월22일 가수 블랙핑크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손잡고 메타버스 콘서트 ‘더 버추얼’을 진행했다. K팝 아티스트가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콘서트를 연 것은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그런데, 가상의 공간에서 콘서트를 어떻게 연다는 걸까? 가상의 콘서트장에는 블랙핑크 멤버 4인의 3D 아바타가 등장했다. 사용자가 공연기간 동안 게임 내 이벤트방에 참여하면, 블랙핑크 멤버들의 3D 아바타가 하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블랙핑크가 아닌 멤버들의 모습을 3D로 만든 아바타가 나오는 공연이 얼마나 인기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콘서트의 스페셜 트랙 ‘Ready For Love(레디 포 러브)’의 3D 아바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월드와이드 트렌딩 1위에 오르는 등 전세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8월2일 오전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수 3300만회를 돌파해, 메타버스 시대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블랙핑크에 이어 3D 아바타로 문화예술 공연을 연 가수는 또 있다. 지난 8월18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는 가수 클론의 멤버 강원래의 ‘메타버스 아바타 데뷔 쇼케이스’가 열렸다. 강원래는 1990년대를 주름잡던 정상급 댄서였지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메타버스 아바타 기업 페르소나스페이스와 갤럭시코퍼레이션이 합작해 강원래의 아바타를 만들었다. ‘아바 강원래’는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안무가가 추는 춤과 강원래의 얼굴을 본따 만들어졌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실제 강원래와 아바 강원래가 함께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강원래 씨는 아바 강원래를 통해 클론 6집을 내고 공연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8월26일 MBN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아바타 싱어’가 첫 방송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기존의 창법을 지우고 3D 아바타로 구현돼, 디지털 신인가수로서 음악성을 겨루는 예능 음악쇼다. 실제 사람의 정체를 숨기고 3D 아바타를 본격적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시대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의 사회적 활동과 인간관계 맺기가 가상의 세계로 확장되고, 가상세계가 생활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세계가 발달하면서 아바타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현실의 나’를 대신해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나’, 아바타가 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디지털 세상 속 ‘나’…새로운 자아=메타버스란 마치 현실세계처럼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가상세계라고 하면 게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화되면 메타버스 속에서 등교를 하고 강의도 듣고, 회사에 출근해서 회의와 업무를 진행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여행을 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의 사회적 활동과 인간관계 맺기가 가상의 세계로 확장되고, 가상세계가 본격적인 생활무대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가상세계는 시공간의 제약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고,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렇다면 디지털로 만들어진 메타버스 속에는 어떻게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직접 컴퓨터 화면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상세계 속에서 내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부여받아 활동하게 된다. 이것을 ‘아바타’라고 한다.

앞에서는 가수들의 사례를 들어 아바타를 설명했지만,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아바타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란 결국 수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고 사용하게 될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있으며, 많은 이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잘 알려진 메타버스 서비스로는 게더타운,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호라이즌, 제페토, 이프랜드 등이 있다.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새 직업 탄생=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의 공간이 아닌 하나의 사회다. 그런 만큼 최근에는 메타버스 속 아바타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다. 물론 현실세계에 있는 직업이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직업 중 하나가 아바타 패션 디자이너다. 아바타는 가상세계 속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자신인 만큼, 아바타를 꾸미고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도 많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아바타가 입는 옷과 액세서리 등 3D 아이템을 디자인해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사람을 아바타 패션 디자이너라고 한다.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렌지’는 아바타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렌지가 만든 아바타의 옷과 액세서리는 제페토 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제페토 내 가상화폐로 수익을 얻으며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출금할 수 있다.

미래 메타버스 속 아바타도 디지털 속 나의 ‘부캐’와 같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회의 변화에 따라 자아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가 인간의 자아개념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첨예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가 생활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설계하는 메타버스 건축가도 있다. 또한 메타버스 속 아바타로 드라마, 웹툰, 예능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메타버스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있다.

◇‘또 다른 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현실에서는 내가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처럼, 가상세계 속에서는 내 아바타가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즉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기존의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와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특히 호라이즌과 같은 메타버스의 경우, VR 기기를 착용하면 사용자가 움직이는 대로 가상세계 아바타도 같이 움직이는 만큼 더더욱 자기 자신과 동일시된다. 앞으로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화되면 현실에 존재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상세계 속에 존재하는 아바타까지 챙겨야 할 것이다.

실제로 가상세계 속 아바타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현실세계가 그렇듯이, 가상세계 속에서도 아바타끼리 물리적 접촉이나 폭력,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도 등장했다. 가령 게임 아이템을 선물하며 환심을 산 후 노출 사진 등을 요구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아바타에게 옷을 벗게 한 후 더듬는 행위를 한 일도 발생했다. 과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혹자는 가상현실 속 아바타는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캐릭터인데, 굳이 규제를 하거나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대변한다는 데 맹점이 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사용해 사용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성범죄 피해의 경우, 신경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현실과 가상세계 간 큰 차이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자아개념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메타버스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가해자 검거가 쉽지 않고, 사용자 대다수가 아동 및 청소년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로 최근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심사 단계에 있다. 해당 법안은 가상인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작된 공간에서 성적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호라이즌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경계 시스템을 마련해, 다른 아바타가 개인 경계구역에 침입하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접근을 차단하도록 했다.

이미 2020년부터 미디어에서는 ‘본캐’와 ‘부캐’ 열풍이 불었다. 미래 메타버스 속 아바타도 디지털 속 나의 ‘부캐’와 같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회의 변화에 따라 자아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앞으로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자아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아바타의 요소 중 무엇부터 어디까지를 자아의 영역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디지털 사회가 인간의 자아개념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첨예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