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사용’으로…자동차 구독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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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소유’에서 ‘사용’으로…자동차 구독하는 시대 빌리거나 구독해 다양한 차종 경험…자산에서 소모품으로 변화

기사입력2022-09-12 00:00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03년이다. 말과 나귀가 이동수단의 전부였던 구한말 시절에 자동차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이후 1955년에 국내 순수 기술력의 ‘시발’이 출시되며 급속도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1974년에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포니’가 세계 무대에 첫선을 보인 후, 자동차 독자 개발국으로서 위상을 다져나갔다. 이 시기 우리나라 국민의 마음속에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꿈’의 불씨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소유가 ‘꿈’이었던 1970년대를 지난 오늘날에는 가구당 자가용 등록대수는 1.07대, 인구 2.05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할 정도로 흔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521만5000대로, 1분기 대비 14만5000대가 증가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자가용을 소유하는 형태가 다양해졌다. 무조건 구매를 선호했던 과거에서 언제고 바꿔 탈 수 있는 소모품의 개념으로 이동한 것이다.

◇자산에서 패션 소품으로 인식 변화=우리나라는 ‘소유’의 개념이 강했다. 집도 그렇고,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1970~1980년대 ‘마이카(My car)’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자가용 보유율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사람들이 자동차 구매에 신중을 기했던 이유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재산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인식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고급 차를 선호하지도 않고, 아무리 기능이 우수해도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선택권에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작년 말 출시한 ‘캐스퍼’가 그렇다. 현대자동차에서 20년 만에 선보인 경차 캐스퍼는 ‘경형 SUV’라는 타이틀로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다. 100%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과 여섯가지의 컬러, 차박에 걸맞는 풀폴딩 기능은 트렌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최고 사양 등급의 풀옵션가 2000만원이라는 ‘경차 치곤 비싸다’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줄곧 판매 상승세를 보이며 국산 경형 SUV 1위, 전체 자동차 판매 순위 4위를 차지했다.

캐스퍼의 인기요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차라는 점, 캠핑이라는 시대상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는 점이 주효했다. 아웃도어 활동이 인기를 끌면서 자가용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소비자의 소비성향에 발맞춰 자동차 업계에서도 공간 활용도가 높은 SUV를 연이어 내보이고 있다. 이는 SUV의 판매 호조세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173만5000대로 전년대비 9.0% 감소했는데 유일하게 대형 SUV가 2020년 대비 5.4% 증가하며 판매를 이끌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의하면, 신차 판매대수 중 대형 SUV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 2019년 11.0%, 2020년 17%, 2021년 19.6%의 비율을 보인다.

자동차 구매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빌리거나 구독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차종을 경험할 수 있어, 소유에서 사용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는 중고차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영중고차 플랫폼기업 케이카의 작년 판매 데이터를 보면, SUV와 대형차가 45.3%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는 대형차와 SUV의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33.6%, 22.4%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주목받던 준중형차의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9.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올 9월 기준 대형 SUV의 평균 시세가는 최대 3%대 수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미국 증권사 메릴린치는 202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대의 신차가 쏟아져 나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특히 SUV와 픽업트럭을 크로스오버한 차와 친환경 차량이 그 중심이 될 거라 내다봤다. 이는 SUV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된다는 뜻이며, 소비자들의 신차 전환율 또한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유행에 맞춰 바꾼다…구매방식 다양=이렇다 보니 자동차를 패션과 트렌드에 따라 혹은 자신의 변화한 입맛에 따라 신속하게 바꾸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심화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과 공유서비스를 선택했던 비율이 높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자가용을 이동수단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 비율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장기렌트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국내 렌터카 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렌트카를 이용하는 고객 중 개인 이용자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 20%대에 불과했던 장기렌트카의 개인 고객 비중이 202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50%에 육박한다.

업무용으로만 여겨졌던 렌터카의 개인 비중이 올라간 이유는 유행에 민감해 차량 교체주기가 짧은 요즘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일단, 초기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유지관리를 회사에서 해주기 때문에 간편하고, 보험료와 각종 세금, 정비에 필요한 비용이 렌트비에 포함돼 있어 차량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대개 2~5년 주기로 렌트를 하므로 신차를 유행 따라 바꿔 탈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해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중도 해지할 경우 잔여기간에 따라 최대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 보험에 대한 개인기록이 없다는 점도 후에 차를 구매할 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운행거리에 제한이 있는 경우도 많으니 계약할 때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미 5년 전부터 BMW, 포드 등 해외 완성차들이 내놓기 시작한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2019년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을 필두로, 기아자동차의 기아플렉스가 론칭됐다. 현대 셀렉션의 경우 론칭 1년 만에 회원 수 1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가인 자동차의 특성상 한 번 구입하면 최소 몇 년간은 타는 경우가 당연한 순리였지만, 이런 개념을 깬 것이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에 최대 2번까지 차를 바꿀 수 있는데, 월 구독료에 보험료와 정비, 자동차세가 포함돼 있어 소비자는 그야말로 ‘타고, 바꾸면’ 된다.

문제는 구독서비스의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차종이 달라지고, 금액 또한 상이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기 있는 차종을 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자동차 구독서비스에서 자동차의 특정 기능과 부품을 구독서비스로 내놓는 등 그 범위를 확장해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내비오는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구독시장은 60% 이상 성장해 약 9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