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지방경제…정부는 더이상 외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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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절박한 지방경제…정부는 더이상 외면 말아야 지자체 기업유치 사활 걸지만,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기업 불균형

기사입력2022-09-16 09:4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역대급 위세라던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했다. 특히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의 경우,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이 멈춰섰다. 국가 차원에서 신속하게 복구에 나섰지만, 수마의 상흔이 그리 빨리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강풍과 폭우에 포항 공장 내 철강 생산라인은 누런 흙탕물에 잠겼고, 정전이 되는 등의 피해로 포스코는 49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1973년 공장 문을 연 이후 처음이란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공장 가동 중지가 우리 철강 역사의 최대 위기라며, 정부와 시민이 힘을 모을 것을 주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특히 세계적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대기업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막대하다. 특히 포항 지역에서 포항제철소는 그저 기업 정도 수준이 아닌 포항 일부로 받아 들여진다. 포항에서 조금 더 지나면 도착하는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제적 효과로 울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라는 수식어가 이어졌었다.

그런데 조금 더 북향하면 경북 구미에 도착한다. 이곳은 한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산업도시였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LG에 이어 삼성까지 줄줄이 철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미에서 서쪽 방향으로 횡단하면 다다르는 전북 군산. 일본 강제 점령시기부터 항으로 이용될 만큼 도시가 번창했던 곳이다. 자동차 공장에 조선소까지 주변 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번창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군산 역시 그 시절과 많이 달라져 있다. 지역경제의 축이던 자동차와 조선소는 떠났다. 공장 주변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이번엔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시. 이곳은 몇 해 전부터 상당히 뜨겁다. 이미 삼성이란 세계적 기업이 자리한데다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수조 원을 들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효과는 용인시뿐만 아니라 수원시와 최근 도시 성장세가 전국 최상위인 화성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자치단체가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족도시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한다면, 인구소멸에 따른 도시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자치단체가 묘책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굴지 기업의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시가 역대급 유치라고 말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서도 구미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 유치전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기업 측에서는 기반시설과 인재 확보 용이성 등을 따져 수도권을 벗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현실도 이해된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수도권 선호를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다. 포항시민이 태풍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는 눈빛과 군산시민이 군산을 떠난 자동차 공장을 원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방경제의 절박함을 해결하는 것이 나라가 할 일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