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노동환경·소형업체 경영여건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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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웹툰 작가 노동환경·소형업체 경영여건 개선을 작가·에이전시·PD, 제작 현장 갈등 표면화…가려진 웹툰 제작 현실

기사입력2022-11-08 00:00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한 해 1조원을 넘어서며 미디어 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올라섰지만, 정작 업계를 끌고 가는 작가와 에이전시의 현실은 사뭇 달랐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많은 부가가치를 올리고, 몇십억원에 달하는 고소득 작가가 등장하는 ‘화려한 세계’이지만, 그 이면에는 ‘통계’에 가려져 웃지 못하는 ‘노동자’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공정 거래와 강도 높은 노동에 ‘이대론 안 되겠다’며 작가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이 겪는 업계의 부당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웹툰 제작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드러나지 않은 업계의 다른 면을 말했다. 웹툰 제작 에이전시를 운영한다는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6일 중기이코노미 기사 ‘서브에서 메인으로 웹툰 노동환경 개선 시급(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29397)’을 보고, 이메일을 통해 “웹툰 작가들의 부당함만 나오고 있고, 업체들의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당함을 중기이코노미에 호소했다.

소형 웹툰 제작 에이전시 “작가와 플랫폼 사이 눈치만”

최근 10년 새 웹툰 업계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 웹툰을 기획하고, 소속 작가와 웹툰의 지식재산권을 관리하는 에이전시 업체 수 역시 늘었다. 그러면서 플랫폼과 작가의 직접계약에서 웹툰 에이전시가 플랫폼과 간접계약을 유도하는 구조로 재편되는 등 계약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관련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작가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최근 웹툰 작가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을 모아 노조를 결성하고, 피해사례를 공론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는 업체들의 상황은 어떨까.

웹툰 제작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A씨는 “작가는 자신들이 겪은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할 수라도 있지만, 소형업체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웹툰 제작 에이전시는 작가와 거대 플랫폼 사이에 낀 상황이라 작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와 분쟁이 일어나는 순간 해당 회사는 블랙기업으로 낙인 찍혀 바로 업계 퇴출급의 타격을 받는다”며, “작가와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90%의 업체들은 사과하고 수습하는 것으로 무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단합한 작가들과 달리 에이전시는 업계 특성상 협력관계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업체들끼리 경쟁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위 작가들 사이에서 ‘찍힌’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소속돼 있던 작가들을 빼 오기 바쁜 것이 현실이라고 A씨는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웹툰 제작 스튜디오의 B대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도의적으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수익배분율 놓고 작가와 에이언시는 서로 다르게 판단

웹툰 산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투자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K-웹툰이 강세를 보임에 따라 글로벌 몸집 키우기에 역량을 쏟고 있는 대형 플랫폼들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수익성 개선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소형 에이전시, 제작사, 스튜디오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유망성 때문에 수많은 투자회사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지만, 최상위권 웹툰 제작사 몇 곳을 제외하고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 웹툰 제작 전문기업의 관계자에 따르면, 유명 작가의 경우 제작금액은 1억원 정도 투입되고, 일반 작가의 경우 10화 기준으로 3000~4000만원 정도 제작금액이 들어간다. 여기에서 인건비와 제반 비용을 따지면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제작사 상황이다. 게다가 열개의 작품 중 세 작품만 성공해도 ‘대박 터트렸다’고 하는 말하는 것이 현실인 이 업계에서, 아무리 대박을 연달아 낸 제작사라 하더라도 100% 제작비를 다 거둬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웹툰 제작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A씨는 그마저도 대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퀄리티가 중요하고, 적어도 한 작품에 3~5명의 어시스트 작가가 투입돼야 하지만, 일부 작가는 어시스트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웹툰 작가들의 건강과 안정적인 연재를 위해 어시스트를 지원하고, 채색이나 배경은 제작사 측에서 하겠다고 해도 작가 중 절반은 거절한다”며, “가장 큰 이유는 작품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웹툰 작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채색이나 배경을 제작사에서 도와주면 작품에 대한 작가의 공헌도가 떨어진다며, 수익배분율을 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품 컷 수를 줄이는 문제에서도 같은 문제는 발생한다.

현재 웹툰 작가들은 작품 한 화의 최대 컷 수를 제한하고, 정기 휴재권을 도입하는 등 최소한의 권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안에는 수익의 공정한 배분도 포함된 것이다.

웹툰 업계에서는 작가와 에이전시의 갈등과 상반된 볼멘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웹툰 제작 에이전시 한 관계자는 해외의 사례와 비교하며 국내 수익배분율이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본, 프랑스 등 만화시장이 큰 나라의 수익배분율은 10~15%인데 반해, 국내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에는 최대 80%, 인기 작가의 경우에는 9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웹툰협회 권창호 사무국장은 에이전시가 언급한 10~15%의 수익배분율은 일반 출판계에서 연재 시, 원고료를 제외한 단행본 인세를 말하는 것이라 예상했다. 일본을 예로 들자면, 최근 네이버망가나 카카오픽코가 상승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출판만화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권창호 사무국장은 “사실 계약률은 의미가 없다”며, “다른 논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현재 업계에서 말하는 수익배분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웹툰은 특성상 프로모션을 어떻게,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대형 플랫폼이 작가를 고용해 팀을 꾸려 웹툰을 제작해 연재할 때 독점 계약인지, 비독점 계약인지가 작가의 수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독점 계약이란, 타 플랫폼에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권 사무국장은 “비독점 계약으로 진행하면 플랫폼은 수익의 20%를 가져가고, 작가 또는 제작사가 80%를 가져간다. 독점으로 계약하면 플랫폼이 80%, 작가에게 20%의 수익이 떨어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기에는 비독점으로 계약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플랫폼 입장에서는 자사의 수익배분율이 더 높은 작품의 매출이 올라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홍보에 차별을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대형 플랫폼의 수익이 80%인 작품에는 화려한 프로모션이 들어가고, 이로 인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작가는 2억원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비독점으로 계약했을 경우 프로모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 1000만원도 나오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작사에서 팀을 꾸려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이 투자할수록 작가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권 사무국장에 따르면, 요즘 대세는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창작하는 것은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흥행을 점칠 수 없어 플랫폼에서 잘 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작품을 올리기 위해서는 원작 소설도 사와야 하고, 작품 당 최소 4~5명 이상의 팀원을 꾸려 채색이나 배경 등을 담당하는 어시스턴트도 이끌어야 한다. 또 원작 소설과 수익을 배분해야 하고, 초빙작가의 경우 월급과 작품에 대한 수익 쉐어도 함께 해야 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모두 제작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고, 홍보비용도 별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실상 작가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 웹툰 제작 전문기업의 관계자 역시 “웹툰 제작을 한 후 연재할 플랫폼을 찾아야 하고, 플랫폼에 올린다 하더라도 그 작품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웹툰 제작에서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털어놨다.

웹툰 PD, 작가 못지않은 노동강도에 경력자 찾기 힘들어

웹툰 작가의 노동환경과 웹툰 업체의 경영환경 개선이 표면화된 지금, 많은 이들이 놓치는 업계의 직종이 있다. 바로 웹툰 PD들이다. 웹툰 PD는 콘텐츠의 발굴부터 ▲제작 ▲유통 ▲관리 ▲홍보 ▲서비스 제공 ▲저작권 관리 등 한 작품의 전 과정을 기획·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웹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PD 직종의 수요도 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웹툰 채용시장에서 언제나 구직난에 시달리는 직종이기도 하다.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과 박봉, 스트레스 때문에 중도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웹툰 PD 3년 차라는 C씨는 “웹툰 PD를 희망하는 구직자가 느는 추세지만, 실상은 경력 있는 PD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높은 업무 강도 대비 박봉으로 3년 차 이상의 PD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웹툰 PD 교육기관 커뮤니티에 PD의 실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여기에 작가의 횡포로 인한 중도 퇴사도 심각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덧붙였다. 대개 PD 한명당 담당하는 작가의 수는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이라고 한다. 웹툰 제작 에이전시를 운영 중인 A씨는 “웹툰 PD들이 원하는 복지 중 하나가 심리치료 상담일 정도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작가 중에는 새벽에 전화해서 작업 중 쌓인 스트레스를 PD에게 풀거나, 폭언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일부 PD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웹툰 제작 스튜디오의 B대표는 웹툰 PD라는 직종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작가들의 예민성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도중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출판 시절부터 이어졌던 시스템이 지속 되다 보니 웹툰 PD는 박봉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B대표는 “3년차를 기점으로 능력 있는 PD의 경우 결국 연봉을 많이 주는 쪽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라며, “에이전시를 차리는 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직접 에이전시를 차리는 경우도 종종 있고, 다른 직종을 찾아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작가·에이전시의 상반된 의견…과도한 경쟁 산업구조 원인

업계에서는 작가와 에이전시들의 상반된 볼멘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조회 수와 유료 결제 순위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웹툰 서비스의 환경이 관계자들을 치열한 경쟁에 몰리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웹툰협회 권창호 사무국장은 “옛날 잡지 시절에도 순위 경쟁은 있었지만 지금은 수백, 수천편이 실시간으로 경쟁하는 시스템이고, 순위나 조회수도 바로바로 나오는 무한경쟁시대”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건에선 작가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보통 한 회차당 40~50컷이 이상적이라고 하고, 최대 60~70컷까지도 인정되는 분위기다. 그 이상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의 분량을 넘어선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분량을 늘리지 않으면 독자들의 외면이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컷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다 3화까지는 무료로 공개되기 때문에 대중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3~6화 정도를 한꺼번에 풀어놓는 것이 관례다. 작가는 이 외에도 미리 쌓아놓은 원고라는 의미의 세이브 원고를 3~6화에서 최대 몇십화를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근본적인 딜레마는 ‘작가라는 위치의 애매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가는 엄연히 말해 노동자이기보다는 자영업자라는 판단이다. 과도한 노동환경을 해결하라는 작가의 주장에 따라 관련 입법을 하려고 해도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인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권 사무국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 로우데이터가 공유되지 않아 작가들이 자신의 수익이나 해외수익을 알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특히 출판 시절부터 이러한 환경이 존재했기 때문에 투명성마저 보장받지 못하면 불신이 쌓이게 되고, 결국 작가들의 플랫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대형 플랫폼을 필두로 이러한 관행은 사라지고 있고, 로우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한 웹툰의 경우, 작품 당 기획자와 작가 등 10명 이상의 인원이 붙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웹툰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웹툰 제작 스튜디오의 B대표는 커지고 있는 업계 규모에 비해 신입 PD를 육성하는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했다. 웹툰 PD 지망생조차 어떤 포트폴리오를 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에이전시조차 웹툰 PD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지자체의 지원, 플랫폼과 교육기관의 협력과 인턴십 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