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악화된 민생…국회 무엇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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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경제위기로 악화된 민생…국회 무엇하고 있나 국민요구에도 정부·여당 묵묵부답…정부 역할 제대로 하도록 했나

기사입력2022-12-20 00: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저마다 민생을 앞세웠다. 마치 ‘민생’이 ‘정쟁’의 반대말이라도 되는 양, 정쟁이 아닌 민생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기국회가 지난 지금, 국회에서 민생은 얼마나 다뤄졌을까? 올해는 물가와 금리가 급등해 가계의 실소득이 줄어들고, 환율과 유가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고충이 그 어느 때 보다 컸다. 우리가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국회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감시했을까?

일단 윤석열 정부는 복지 확대를 위한 재정의 역할에는 인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반복해서 긴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감세정책을 선보였다. 향후 5년간 무려 74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세제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덜 쓰고 덜 걷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이런 정부의 태도를 제대로 견제해고 방향을 바꾸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까?

◇올해도 물 건너 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의 상황이 갑자기 펼쳐지면서, 대다수 시민들은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이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겼다. 중소상인,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금리와 물가가 오른 데다, 상가임대료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빌렸던 산더미 같은 빚은 더 이상 상환이 유예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과 중소상인은 지금 그야말로 삼중고, 사중고의 살얼음판을 건너고 있는 셈이다.

중소상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단 경제적 환경만이 아니다.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거래가 바로잡히지 않는다는 데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온라인플랫폼을 중심으로 변화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입법은 속도를 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사업자의 74.1%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온라인 거래의 대중화로 오픈마켓, 검색엔진 등 온라인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판매자·소비자 모두의 플랫폼 거래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이렇듯 온라인플랫폼이 중소상인, 자영업자 등이 생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통로가 된 만큼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갑질 행위도 급증했다.

이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용사업자들의 거래조건 개선 및 지위 강화를 위해 일방적인 해지·중단 등 부당한 거래거절의 규제, 노출순위 결정기준의 공정성·투명성 확보,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신속한 피해구제·분쟁해결 절차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정기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작년에도 상임위 간 주도권을 다투느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하지 못한 국회가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법안 논의 한 번을 못 한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만 되면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입법 논의는 하지 않는 기이한 행태가 올해도 이어졌다.

급변하는 경제상황이야, 국회가 나선다고 해서 그 방향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중소상인을 지원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거래를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방기했다.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 지난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공임대 주택 예산 5조7000억 삭감안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년대비 5조7000억원이나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의 복원과 주거복지 예산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 요구에도 정부·여당 묵묵부답으로 일관=참여연대 등 세입자·청년·주거·빈곤 시민사회단체들은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17일 전년대비 무려 5.7조원이나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의 복원과 주거복지 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두고 시민사회가 농성을 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큰 폭의 예산 삭감이 있었던 셈이다.

한편,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된 게 바로 올해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발생한 반지하 참사는, 주거취약계층과 저소득 무주택 가구의 주거 상향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가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잘 드러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대비 약 28% 가량 대폭 삭감했다. 이에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은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며 공공임대주택 예산 필요성을 강조하고, 예산 복구를 촉구하는 한편, 수차례의 기자회견과 입장과 성명 등을 발표했다.

야당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오고 함께 기자회견도 했다. 농성 31일째를 맞이한 지난 11월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약 5.7조원의 전액 복구를 의결했다. 그리고 11월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 전액 원상복구 증액안을 의결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예산안을 증액하는 경우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당은 국토위 예결소위와 전체회의 의결에 불참하며 퇴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의 거듭된 면담 요청에 단 한 차례도 답하지 않았다.

이에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은 공공임대 예산 전액 통과 촉구릴레이 108배와 오체투지 등 집중행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예산안 협의과정에서도 ‘발목잡기’와 ‘막무가내’식 태도로 일관했을 뿐이다. 결국 국회의 2023년 예산안 처리는 헌법이 정한 시한(12월2일)를 넘기고,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기한(12월9일)까지도 넘겨버렸다. 야당은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으로 만들어서 통과키시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 수정안에는 증액 예산이 포함될 수 없다. 자칫 국토위에서 복구한 임대주택 예산이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재벌대기업과 부자 이익 대변…민생은 외면=‘2022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늘어났고,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1% 남짓한 이들 42만여명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883조원으로 우리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가계복지금융조사에 따르면, 자산불평등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커졌고, 저·고소득층 간 소득격차도 5년 만에 악화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부자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부자가 됐지만,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해진 것이다. 이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고 작동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금융소득, 임대소득 및 자본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에 과세를 통한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양극화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우리사회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재정과 세제를 대폭 개편해, 부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 해결을 위한 단초 마련에 있는 이유다. 특히 서민과 영세자영업자,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제주체에 대한 과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마땅한 역할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국회의 모습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초부자감세 법안을 제시했고, 국회는 이를 막아내기 위한 치열한 논의는커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조차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세법안과 예산안에 대한 충분하고 치열한 토론과 숙의는커녕, 교섭단체 간 ‘소소위’와 거대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로만 진행하고 있다. 매년 반복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졸속심의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내놓지도 못하고, 거대양당이 밀실에서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논의하는 국회의 모습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구호가 아닌 법과 제도로 확보되는 ‘민생’=이렇듯 국회는 늘 민생을 강조해 왔지만, 민생을 위한 입법, 예산, 세제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확보한 것이 없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덜 걷고, 덜 쓰고 또 규제는 민간 자율에 맡기는 초라한 결과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정기국회가 지났지만, 국회에는 아직도 많은 민생과제가 산적해있다. 앞서 지적한 문제 외에도 도로 위에서 화물노동자들이 과적, 과속, 과로하지 않도록 적정운임을 보장해 우리 모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운임제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도로 위 시민들을 위한 안전판을 설치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폐기돼야 하고 안전운임제가 전면 확대되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명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이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도 개정해 전 산업에 걸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완결해야 하고, 향후 원자재뿐만 아니라 노무비 등도 포괄하는 ‘공급원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추가 입법 논의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