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으로 데이터 직접 과세하는 방법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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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세원으로 데이터 직접 과세하는 방법 고민할 때” “데이터세, 데이터 주체·주권 보호”…앤트세무법인 김신언 세무사

기사입력2022-12-30 10:5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앤트세무법인 김신언 대표 세무사는 디지털 시대의 자원인 데이터를 수집·가공·판매하는 기업에게 과세함으로써 데이터 주체의 재산권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국내 발생 데이터에 대한 국가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데이터세’를 제시했다. ©중기이코노미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다국적 기업들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역외로 이동시키며 상당한 양의 초과이익을 획득하면서도 시장소재지 국가에는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국제조세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유럽이나 OECD, G20을 중심으로 DST(디지털서비스세)나 디지털세가 논의되고 있지만, 과세대상이 이들 기업이 발생시키는 수익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처를 기대하기 힘들죠. 디지털 경제시대 새로운 세원으로 데이터에 직접 과세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앤트세무법인 김신언 대표 세무사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디지털 시대의 자원인 데이터를 수집·가공·판매하는 기업에게 과세함으로써 데이터 주체의 재산권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국내 발생 데이터에 대한 국가주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데이터세’를 제시했다.

데이터세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논의된 디지털세나 DST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디지털세가 IT기업의 수익에 대해 과세하는 법인세 성격이라면, 데이터세는 기업에게 데이터의 사용량에 대해 과세하는 일종의 물품세(소비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 김 세무사의 설명이다.

“디지털 기업은 인공지능을 통해 원료인 데이터를 가공해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제조업과 같은 특성을 가지지만, 원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으므로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기업의 영리활동에 소비세의 형태로 데이터세가 과세되면, 소득세 과세 이전에도 일정 세수의 징수가 가능하므로 디지털세의 분배 이전에라도 다국적 기업에 대해 시장소재지 국가의 조세채권 확보가 가능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의 특성상 안정적인 세수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죠.”

기본소득은 경제성장 자극하는 원동력으로서 의미있다

17년차 개업 세무사로 활동 중인 김신언 세무사는 구글세와 관련된 국제조세 논문으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UC버클리 로스쿨에서 지적재산권과 비즈니스법을 전공해 LL.M.(Master of Laws)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조세범죄전문수사 자문위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김 세무사는 저서로 ‘판례로 보는 세법학(2015)’과 ‘사례로 보는 미국 증거법(2019)’을 집필했다. 올해 3월 조세전문가가 짚어내는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문제와 개선책을 담은 ‘기본소득과 조세’, 12월에는 데이터 주권 강화를 위한 데이터 조세 개발방안을 담은 ‘데이터세법’을 출간했다.

특히 국내에서 데이터세는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김 세무사는, 기본소득은 선택적 복지와 달리 사회정의로만 볼 것이 아닌 경제성장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지급한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일괄적으로 금전을 지급했는데, 국민이 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국가로 환수되는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와 자영업자 등의 수익 증대로 인해 나타나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세효과, 그리고 정부지원금이 적시에 지급됨으로써 경제 조기회복과 같은 선순환 효과를 보여줬다.

시대에 맞는 다양한 세무 관련 연구 활발히 진행돼야

김신언 세무사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횡재세 도입 논의와 과세 논리 검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국회에서 법률을 제·개정할 때 정치적 이슈나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법의 경우 까다롭기도 하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세무전문가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세무사회에서도 조세당국과 납세자, 실무자의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가 대표적이다. 김 세무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석유회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가 논의되고 있는데, 세계적인 금리인상 흐름속에서 역대급 예대마진으로 수익이 급증한 은행권과 달리 우리나라 정유회사는 이미 인상된 석유를 수입해 정유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횡재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김 세무사는 은행의 예대마진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에 대한 연구는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제 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물가 등에 영향을 덜 주는 방향으로 은행 예대마진에 대해 영구세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금은 국가와 사회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유지되게 하는 필수요소다. 김 세무사는 기업들이 절세 방향이나 조세 회피 등 정당하게 부과하는 세금을 피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세금을 실질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정당하게 성실납부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김 세무사는 세법은 매년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나 새로운 조세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다양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