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장시간 저임금 구조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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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안전운임제 일몰…장시간 저임금 구조 재현 우려 갈등을 풀고, 공정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정부·여당의 일인데

기사입력2023-01-02 13:4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법' 국회 법사위 상정 및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말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상정이 불발되며 결국 화물차 안전운임제도가 폐지됐다.

2018년 4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2020년 도입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규정한 제도다. 즉 적정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저운임으로 인한 과로, 과적, 과속 운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 운임을 공표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나 운수업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제도는 컨테이너, 시멘트 2개 품목에 한해 2020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3년 일몰제로 운영됐다.

2018년 안전운임제 준비과정에서 당시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화물차 운임은 운송업체 간 과당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며, 안전운임제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왕 간 40FT 컨테이너 화물 1개 기준, 정부에 신고된 적정운임은 편도 75만원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화물운임은 45만원 수준으로 신고운임 대비 60%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화물운전자들이 수입 보전을 위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도로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러한 안전운임제로 화물노동자의 처우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연국원의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이전인 2019년 시멘트 업종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한달 24.4일, 하루평균 15.4시간이었으며, 한달 평균 순수입은 201만원에 불과했다. 안전운임제 시행이후인 2021년 하루평균 근무시간은 14.6시간으로 줄었고, 월 평균 순수입은 424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시급으로 치면 9747원, 최저시급 수준이다. 하루 15시간 가까이 도로 위에서 위험을 짊어지면서 받는 운임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로 장시간 저임금 구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연장하고 안전운임제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직회부해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회부는 국회법 제84조 제3항에 따라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이유없이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이의가 없는 경우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여당은 현행 안전운임제를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표준운임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28일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전운임제를 올해로 종료하고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이 화물차 번호판”이라며, 민주노총 간부들이 100개씩 갖고 장사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대해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 일몰과 관련해 30일 입장문을 통해 “주무부처 장관의 입에서 사실관계도 틀리고 근거도 없는 막말이 나온 것에 대해 놀라울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운송사가 갖고 있는 번호판을 무슨 수로 화물노동자가 돈을 받고 다른 이에게 대여를 해주겠느냐”며, “수억 원을 호가하는 차량 1대의 할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차량 100대의 할부금과 이자를 감당해 가며 화물운송을 하는 화물노동자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은 앞에서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약속하며 신의를 지킬것처럼 하더니, 뒤에서는 약속을 깨고 국민의 생명을 화주의 이윤과 맞바꾸었다고 비판했다.

화주입장에서 안전운임제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로 인한 운임의 인상은 그동안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던 운임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었다. 당장의 비용 증가에 반발하며 운송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화주와 운수사업자가 그동안 화물운송 노동자의 안전과 최소생계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갈등을 푸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몫이다. 정부와 여당은 화주와 운수사업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다. 기울어진 이들의 거래관계를 법과 원칙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