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외치지만 ‘진짜’ 같은 메타버스는

프린트

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메타버스를 외치지만 ‘진짜’ 같은 메타버스는 ‘생동감·몰입감 넘치는’ 메타버스 갈증 해소해야 가상세계 열릴 것

기사입력2023-01-09 00:00

현실세계의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3차원 가상세계에서도 똑같이 연결되는 메타버스(Meaverse)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욱 주목받는 기술이다. 특히 메타버스는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두는 분야다.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메타버스의 고질적인 한계로 인해 가상공간은 단순한 놀이공간에 머물기만 했다. 새로운 생태계로 연결되며 계속 확산하기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요하지만, 단순한 콘텐츠로 인해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른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메타버스…산업계 전반으로 확장=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화두였다. 안경처럼 생긴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를 컴퓨터와 연결하면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 그 안에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주로 게임이나 교육용으로 많이 쓰였다.

여기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것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의 시초는 미국의 IT 벤처기업인 린든랩이 2003년 론칭한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모여 원하는 가상의 세계로 옮길 수도 있고, 전 세계 낯선 사람들과 채팅으로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가상의 아이템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도 할 수 있었고, 전시회나 콘서트 등의 활동도 이뤄졌다. 단조로운 디자인과 낮은 그래픽 기술 등으로 생동감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대중화되면서 메타버스의 인기와 함께 그 중요도 역시 올라갔다. 3차원 가상세계를 통해서도 현실과 동일한 경제적 원리가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메타버스 관련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는 2030년엔 XR(가상 융합기술) 기술 시장규모가 1700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기술을 내건 기업의 가치도 올라갔다. 2021년 3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의 기업 추정가치는 300억 달러(약 34조원)를 웃돈다. 로블록스의 일일 액티브 유저 수는 2018년 기준 1200만명, 2019년 1700만명, 2020년에는 3110만명이 넘었고, 2022년 8월 기준 5990만명을 기록했다. 로블록스의 인기 비결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게임을 제작하고, 이를 다른 이용자들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을 중심으로 발전한 메타버스는 기기의 휴대성과 빨라지고 있는 인터넷 속도에 힘입어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2020년 에픽게임즈에서 개최한 5회 공연으로 약 216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미국 힙합 뮤지션 릴라스 엑스는 로블록스에서 이틀간 공연으로 3300만명의 참가자를 모았다. 블랙핑크가 네이버의 제페토(Zepeto)에서 개최한 사인회에는 4600만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실제로 메타버스를 통해 경제활동도 이뤄진다. 앱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형 메타버스인 제페토는 각종 게임 형태의 맵과 SNS 형태의 피드, 콜라보레이션 숍들이 들어서 있다. 숍 안에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 현실에 존재하는 기업의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시도되고 있지만, 지금보다 기술력이 월등히 혁신돼야 한다. 단순히 아바타들이 모여 회의하고 토론하는 것을 넘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몰입감’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표적으로 농심은 제페토에 신라면 분식점을 개설하고 소비자와 함께 신제품을 결정하는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라면 끓이기 대회를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옵션을 실제 제품에 적용한 신라면 큰 사발 한정판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1020 세대와의 교감 높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기업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지자체도 서비스 발굴 한창=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도 메타버스 서비스 제공에 한창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4차 문화기술 연구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관객 10만명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연 기술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활용해 융복합 온·오프라인 연계 공연장 제작과 함께 콘텐츠의 제작, 유통, 소비 전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작 기술과 저작권 보호 기술개발에도 힘쓸 예정이다. 여기에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포함된다.

경북도의 경우, 전국 및 세계 대학 메타버스 동아리 연합회(유니메타)와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마인크래프트(Minecraft)에서 지난 12월23일부터 26일까지 크리스마스 메타버스 놀이터를 개장했다. ‘경북 크리스마스 마을’에 ▲경주 첨성대 ▲독도 ▲봉화 분천역 산타 마을 ▲안동시 하회마을 등 경북을 대표하는 6개 관광명소를 구현했다. 또, 다양한 미니게임을 통해 가상자산 모금행사도 진행했다.

청주시는 수암골의 관광,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1월부터 메타버스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콘텐츠를 선보인다. 수암골 상점과 전망대 풍경을 360도 VR(가상현실)을 통해 둘러볼 수 있고 카페거리와 벽화마을도 걸을 수 있다. 또한, 수암골 거리마다 설치된 AR 마커를 모바일 기기로 스캔하면 별도의 앱 설치 없이도 각종 라이브 증강현실 공연을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메타버스 사용자는 소수의 젊은 층에 한정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로블록스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10대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의 목표가 됐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메타버스는 대중화됐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이용 경험의 폭은 연령대별로 크게 차이가 났다. 이용 경험을 묻는 질문에 20대는 46.0%, 30대 37.4%, 40대 38.6%, 50대 27.1%, 60대 27.3%로 젊은 층에 집중돼 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기술력이 월등히 혁신돼야 한다. 단순히 아바타들이 모여 회의하고 토론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영화 ‘메트릭스’처럼 케이블을 뇌신경에 직접 연결하면 현실과 헷갈릴 정도의 가상공간으로 진입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시공간을 뛰어넘는 ‘몰입감’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은 최근 개발한 ‘지능형 전자 피부’가 어느 정도 해답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 피부 제작법은 피부에 전도성 액체를 분사해 손에 전자회로를 인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손 위의 전도성 그물망이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전기신호를 발생해 블루투스 통신장치를 통해 무선으로 전송한다. 따라서 향후 메타버스를 비롯해 원격의료, 로봇공학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단기적으로는 편의성과 비용성 등을 개선한 디바이스의 출현이 메타버스의 관심을 지속해서 이어가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 전문가와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수많은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고, 관련 직업과도 연계해 ‘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