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대한 보상’ 충분할 때 회사도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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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업무에 대한 보상’ 충분할 때 회사도 성장한다 ‘열정페이’ 안된다…왜 중소기업에 안오고 이탈하는지 생각해보자

기사입력2023-01-11 00:00

최근 다비치의 멤버인 가수 강민경 씨가 운영하는 의류쇼핑몰의 채용공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3년 이상의 CS 경력직 직원을 뽑으면서 연봉 2500만원으로 책정해 올렸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기업인만큼 사람들의 관심은 컸고, 그만큼 비판도 거세졌다. 한 누리꾼은 “2000년대 후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받았던 연봉과 비슷하다”며, “이 돈을 받고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느니, 차라리 알바하는 게 낫겠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채용공고에 올라왔던 업무도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 CS 응대업무에 메신저·이메일 상담, 해외고객 이메일 영어 응대, 주문·출고·배송·교환·반품, 물류센터 소통, 고객문의 분석을 통한 운영정책 기획 수립 등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봉 2500만원을 한 달 급여로 계산하면 약 208만3000원이고, 여기에 각종 세금과 교통비, 밥값 등을 제외하면 실상 직원이 손에 쥐는 금액은 13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만약 해당 직원이 자취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이 300원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근로자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좀처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강민경 대표는 지난 5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경력·학력 무관·비전공자 신입의 연봉으로 잘못 기재된 CS 경력자 채용공고를 올렸다”며, “경력직의 경우 직전 연봉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신입의 경우 최저 시급을 기본으로 하되, 1년 주기로 연봉 협상을 하고 있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현재 해당 공고의 급여는 ‘면접 후 결정’으로 수정된 상태다.

자세한 속사정을 듣기 위해 해당 쇼핑몰인 ‘㈜아비에무아(Aviemuah)’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더 이상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최근 불거진 이 채용공고를 두고, 혹자는 중소기업의 ‘씁쓸한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채용공고를 내도 왜 중소기업에 지원을 하지 않고, 근무하다가도 얼마되지 않아 이탈을 하는지 생각해보라. ‘열정페이’ 대신 ‘노동에 대한 보상’이 충분할 때 직원의 열정은 올라가고, 회사도 성장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고용노동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63만1000원이다.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5.1% 올랐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외식물가 상승률이 7.7%였던 것을 감안하면, 근로자의 체감 연봉 인상률은 마이너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월평균 임금 총액에 한참 못 미치는 근로자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월평균 임금 총액은 그야말로 ‘평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부터 시작해 과장직을 달았더라도 겨우 연봉 3000만원을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평균’ 금액으로만 따져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크다.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330만4000원, 300인 이상의 사업체는 527만8000원으로 197만4000원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임금뿐만 아니라 성과급을 비롯한 각종 복지혜택까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 뿐인가. 서울의 3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2년째 다니고 있다는 A씨는 “다른 회사에서는 15일을 제공하고 있는 연차가 5일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며, “입사 후 알게 된 사실인데, 두 개의 법인을 나눠 운영하는 위장 5인 미만 사업체라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A씨는 “야근 근무수당 없이 야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일까. 취업준비생들의 눈은 대기업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소기업은 채용공고를 올리더라도 뽑을 사람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 수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3%가 중소기업에 다닌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중도 이탈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매해 느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328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조기 퇴사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64.9%의 신입사원이 입사한 지 1년 안에 퇴사했다.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재’가 더 중요하다.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역이자, 혁신 기술의 원천으로 떠오른 강소기업의 중심에는 ‘근로자’가 있다. 즉, 중소기업의 재산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작년에 인터뷰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직원을 위한 복지를 펼칠 때, 기업의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신의 논리를 체감했던 그는 당장의 적자를 감수하며 100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월급을 100만원씩 인상했고, 주 4일제를 시행했다. 성과급도 직급 상관없이 똑같이 나눔으로써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예민한 MZ세대를 사로잡았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이직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물론, 중소기업이 그만큼 직원을 위해 탄탄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지원도 밑받침이 돼야 한다. 하지만, 기업 역시 알아야 한다. 회사가 직원의 ‘삶의 질’을 올려줄 때, 그만큼 직원도 ‘희생’을 감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