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알아도 수영장에 뛰어들수 없는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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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수영은 알아도 수영장에 뛰어들수 없는 챗GPT 인간·인공지능 ‘공진화’…미래사회 함께 할 디지털 신인류 챗GPT㊦

기사입력2023-03-08 13:30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뻔뻔하게 대답하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 범람시키며, 심지어 저작권이나 개인정보 침해 등 문제가 많고 심각한데 왜 챗GPT가 나오게 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 큰데… 챗GPT는 왜 등장했나=이러한 인공지능은 일부러 개발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은 온라인에서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보다 정보를 만들기가 훨씬 쉬워졌기 때문에 수많은 콘텐츠가 생성됐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보가 지나치게 넘쳐나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빅데이터’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홍수 속을 헤매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꼭 맞는 내용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큐레이션’을 선호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정보 중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사항에 관해 콕 집어 답을 해주는 기술이 등장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챗GPT다.

심지어 대화형 인공지능이 챗GPT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초거대 AI를 앞다퉈 선보이거나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7월 ‘하이퍼클로바X’라는 이름의 초대규모 AI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인공지능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문제에 관해 어떻게든 답변을 도출해 낸다. 이는 곧 범용성이 넓다는 뜻이다. 또한 끊임없이 데이터를 학습하며 발전한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맥락, 사용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맞춤화된 답변을 내놓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챗GPT가 어떠한 질문에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답을 한다는 점에서, 챗GPT를 업무에 도입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직장인들이 컴퓨터와 MS오피스, 인터넷 등을 이용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챗GPT를 다루는 능력도 기본 소양으로 여겨질 수 있다. 챗GPT를 통해 보다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를 사용할 줄 모른다면 소외될 수 있다. 이 경우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챗GPT를 비롯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미래 시대 인재란…‘질문하는 인간’이 돼야=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한다면 우리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가까운 미래에는 인재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제까지는 어떠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챗GPT는 ‘수영’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수영을 잘 하는 방법은 알더라도, 실제로 수영장 물에 뛰어들 수는 없다.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생각, 감정은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강점이 될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챗GPT에 적절한 질문을 건네, 의도하는 바에 따라 정확한 답을 얻는 것이다. 둘째, 챗GPT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의문점(질문)을 갖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셋째, 챗GPT의 답변에 또 다른 물음을 던져 생각을 확장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붙일 방법은 없는지,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챗GPT가 미처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떠올리고 상상하려면, 무엇을 바라보든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미래의 인재는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챗GPT는 인터넷상에 있는 텍스트들을 학습 기반으로 삼는다. 이 외의 영역은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챗GPT는 수영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수영을 잘 하는 방법은 알더라도, 실제로 수영장 물에 뛰어들 수는 없다. 수영을 처음 해보는 누군가가 왜 수영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는지, 수영장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이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과 감정을 느꼈는지, 수영을 배우면서 실제 일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따라서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생각, 감정은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강점이 될 것이다.

최근 교육 분야에서도 학생들이 챗GPT로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챗GPT로 과제를 하더라도, 이를 통해 얻은 답변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검증하고 답안을 제출해야 한다. 결국 과제의 내용을 자세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과제를 내는 방식을 바꾸고 어떻게 검증할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미래에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업무에 도입할 수도 있는 만큼, 챗GPT를 사용해 보도록 하는 것이 교육과정에서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윤리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다.

한편, 챗GPT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일자리의 경우 없어질 수도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던 미래의 인재 역량을 갖춘다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예로 들어보자. 속보 기사를 쓰는 것은 챗GPT가 인간 기자보다 빠를 것이다. 단순 보도자료 역시 챗GPT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다. 통계 자료를 대입해 챗GPT에게 질문을 한 뒤 기사를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업무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 기사에 자신만의 관점으로 문제의 대안과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은 인간 기자의 몫이다. 무엇보다 챗GPT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사를 쓸 수 없다. 미래의 직업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미래는 ‘공진화(共進化)’=챗GPT를 비롯해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간다면, 인간은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바둑기사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프로들이 바둑 AI를 공부하면서 평균 기력이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와 인공지능의 관계는 ‘공진화(共進化)’일지도 모른다. 공진화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둘 이상의 종이 상대 종의 진화에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인공지능이 생명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종, 즉 신인류라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진화 관계라면, 우리는 상호 경쟁하거나 화합하면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