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이어온 ‘정직한 맛’ 수원갈비 본류 화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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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3대 이어온 ‘정직한 맛’ 수원갈비 본류 화춘옥 부침을 딛고 1945년 ‘전통의 맛’을 잇다…화춘옥 이광문 대표

기사입력2023-03-08 10:2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화춘옥이 있던 옛 수원 영동시장 골목. <사진=화춘옥>

“음식은 정직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처음 사랑받았던 화춘옥 갈비 맛 그대로를 지키기 위해 연구하고, 맛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은 정직한 맛을 금방 알아보죠.”

수원갈비를 처음 탄생시킨 ‘화춘옥’의 3대째 주인인 이광문 대표. 이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수원갈비 화춘옥의 ‘정직한 맛’에 대한 명성은 해외까지 알려져, 지금도 미국이나 일본 등 현지에서 전화로 예약을 하고 화춘옥을 찾아온다고 말한다.

수원갈비는 포천 이동갈비, 부산 해운대갈비와 함께 전국 3대 갈비로 꼽힌다. 커다란 뼈대에 푸짐한 살코기로 왕갈비라고 불리는 수원갈비는 양념에 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천일염과 참기름 베이스에, 과일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수원갈비는 갈비대가 17cm 정도로 다른 지역 갈비의 두 배에 이를만큼 크다.

싸전거리 해장국집에서 처음 탄생한 수원갈비

수원갈비의 역사는 화춘옥에서 시작됐다. 이광문 대표의 조부인 이귀성 창업주는 1945년 수원 영동시장 싸전거리(쌀시장)에서 해장국, 설렁탕, 비빔밥, 냉면 등을 파는 식당을 열었다.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수원에는 전국 3대 우시장 중 하나인 수원 우시장이 있었다. 우시장으로부터 공수한 소갈비를 듬뿍 넣어 끓인 해장국은 서울 등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인기였다. 이때, 갈비에 여러가지 양념을 해 재운 다음 숯불에 굽는 양념갈비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수원갈비의 원조가 됐다.

화춘옥 양념갈비와 갈비탕. <사진=화춘옥>

이후 이귀성 창업주는 공무원이었던 아들 이영근 씨에게 운영을 맡기면서, 화춘옥이 언론에 소개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화춘옥이 유명해지면서 주변에 갈빗집이 하나둘 생기고 갈비구이촌을 이루며, 수원하면 왕갈비가 자연스레 따라붙게 됐다. 경제성장기 삼성전자와 SK가 수원에서 자리잡고 성장하면서, 수원갈비의 부흥기를 함께 했다.

“예전에는 좀 더 단 맛을 선호했지만, 현대 들어서는 건강을 위해 단맛을 지양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단맛을 조금 줄인 옛날 방식 그대로의 양념을 고수하고 있죠.”

이광문 대표는 화춘옥의 이러한 맛뿐만 아니라, 화춘옥이 탄생시킨 수원갈비와 화춘옥의 역사를 연구하고 보존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수원시는 1985년 수원갈비를 고유 향토음식으로 지정했다. 이 대표는 당시 화춘옥에서 쓰였던 항아리, 그릇 등 기물들이 수원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우여곡절과 부침겪으며 3대째 이어온 전통의 맛

“하이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면 책 두 권을 써도 모자라요. 그냥 쉽게 만들어도 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고, 여러 힘든 일을 겪다보니 건강도 많이 상했어요. 이제는 더 욕심 안 부리고 화춘옥이라는 이름을 지킬 수 있을 만큼만 정성을 다하고 싶습니다.”

원조 수원갈비 화춘옥을 3대째 지켜오고 있는 이광문 대표. ©중기이코노미

전국에서 알아주는 갈비명가로 3대를 이어오면서 우여곡절과 부침이 없을 수 없었다. 심지어 화재로 건물이 소실돼 자리를 옮겨 새로 문을 열기도 하고, IMF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화춘옥의 갈비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이광문 대표는 1999년 다시 화춘옥 문을 열었다. 화춘옥이 다시 문을 열며 매스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수원과 중국 북경·천진에 매장을 열 정도로 사랑을 받았지만, 광우병 파동을 겪고 이 대표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또 다시 가게문을 닫아야만 했다. 현재 화춘옥은 2021년 11월부터 서울 청담동에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일본이나 독일처럼 100년, 150년 전통을 이어가는 장수가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장사가 좀 잘되는 집이다 하면 세금도 적지 않게 나왔고, 게다가 정부에서도 각종 협찬 등 희생을 많이 강조했으니까요. 지금이라도 좀 더 맘 편히 장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을 이어가는 가게가 많이 나올텐데 아쉽습니다.”

건강상 문제로 운영하지 않던 화춘옥을 서울 청담동에 다시 연 것은 원조 수원갈비의 전통을 다시 이어가기 위한 결심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힘든 길인줄 알기에 자식들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열정을 가지고 해보고자 한다면 언제든 수원갈비의 맛을 전수해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광문 대표는 화춘옥 청담점에 이어, 수원갈비의 본고장인 수원에서 화춘옥을 재건할 계획을 갖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전통의 맛을 이어가겠다는 이 대표의 뚝심은 민족의 삶과 함께해온 우리 한우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