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원예산 줄인다니 청년고통 안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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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일자리 지원예산 줄인다니 청년고통 안보이나 내년도 일자리 예산 오히려 늘려야

기사입력2023-03-30 18:00

최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 확정됐는데, 일자리를 늘린 기업을 지원하는 예산도 감축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 위기를 정부가 오히려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심지어 공공 일자리도 줄이겠다는 방침 역시 고수하고 있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고통은 내년에 더욱 커질 지도 모르겠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편성지침 확정, 2024년 예산안 편성 본격 돌입”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 확정되자,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방향을 담아 작성”됐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사업, 부당·불투명하게 지급된 보조금, 복지사업의 도덕적 해이 등 재정누수 요인은 철저하게 차단”한다는 방침에도 무게를 실었다.

현금성 지원이나 보조금을 제대로 살피고 적절하지 않게 운영된 사업을 조정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어떤 사업을 조정의 대상으로 삼느냐다. 기재부가 밝힌 것처럼 “국정철학과 국정운영방향”이 담기게 된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일자리 예산을 조정 대상으로 삼았다. 일자리 관련 항목을 보면,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확대된 고용장려금 등 재정비”라는 표현이 나온다. 확대된 장려금을 재정비한다니 축소하겠다는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민간의 고용창출 역량을 지원하는 사업을 축소해도 될 때인지 의문이다.

고용장려금은 종류가 다양한데, 예를 들면 청년이나 50세 이상,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한 사업장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이 밖에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신규고용을 하는 사업장,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장 등에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고용위기 상황에서는 이같은 장려금이 취약계층 등의 고용 위축을 방지하는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을 때만 고용을 지원한다는 발상이라면 그것도 문제다. 취약계층의 고용 회복은 단순히 경기 상황에만 기대하기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재정이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 취업자수가 위기를 맞은 최근 상황을 보면, 고용장려금의 “재정비”는 극히 우려되는 시각이다.

민간의 고용역량을 지원하는 사업을 줄이면서, 그 빈자리를 공공의 일자리 지원으로 매꾸겠다는 취지냐면 그것도 아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재정혁신 방안 중 하나로 “공공부문 경직성 경비 억제”를 제시했다. 심지어 “인력 증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건비 증가 소요를 최대한 흡수”한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가뜩이나 공공기관 정원 감축으로 신규채용이 위축될 판인데, 정부가 명시적으로 인력증원을 제한하는 예산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자연스레 공공기관 취업 허들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시름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일자리 관련 예산도 줄어들 전망이다.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면 “직접일자리는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단서를 붙여 강조한 것을 보니, 지금은 이 목적에 충실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실제로 정부는 2023년 예산안 편성 당시 직접일자리 사업 예산을 축소한 초안을 내놓았다가, 고용전망이 악화되자 뒤늦게 202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산을 확대한 바 있다. 내년도 예산안 지침에서 또다시 직접일자리 사업이 촉소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다.

일자리 예산만을 축소한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2024년 예산에서도 건전재정기조는 계속 유지된다”고 강조하며, 예산안 편성지침 전반에서 예산 감축을 최우선 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일자리 예산마저 칼질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올해의 고용위기가 내년에는 눈녹듯 사라질 것이란 판단에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설령 그렇게 일이 잘 풀린다 해도 청년이나 취약계층 고용 지원을 축소할 근거가 될 순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수정해 일자리 예산 대폭 확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방향”이 정년 고용위기와 청년층의 고통을 외면하는 방향일지, 지켜볼 일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