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친환경 사업…‘그린워싱’ 간주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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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근거없는 친환경 사업…‘그린워싱’ 간주 역효과 허위·과장 광고, 투자자 오도, 정보공개 조작 등 사례 다양

기사입력2023-04-12 13: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린워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실제로는 친환경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ESG가 경영계의 화두가 되면서 ‘그린워싱’ 또는 ‘ESG워싱’ 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그린워싱 기준이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업계와 소비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최근 내놓은 ‘그린워싱 유형별 사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상품 마케팅 영역에서의 허위·과장 광고를 넘어 특정 기업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이나 소송, ESG펀드에 대한 규제까지 친환경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모든 행위가 그린워싱 또는 ESG워싱으로 지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친환경 기업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을 기업이 환경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으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테라초이스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를 대상으로 상품과 환경성 주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그린워싱 판단기준을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 ▲허위 라벨 부탁 등 7가지로 구분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는 테라초이스를 비롯한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어떤 주체가 특정 대상에 대해 적합하지 않은 라벨링을 하고, 그로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를 그린워싱으로 간주했다. 또한 부적절한 라벨링 관점을 차용해 그린워싱의 유형을 ▲제품과 관련된 수준에 국한된, 협의의 그린워싱 ▲투자자를 오도하는 선택적 정보공개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조작 등으로 구분했다.

◇제품과 관련된 수준에 국한된, 협의의 그린워싱=제품에 대한 부적절한 인증 라벨 부착 또는 금융상품에 대한 근거 없는 친환경 마케팅 등 상품·서비스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그린워싱 사례를 만한다. 이로인해 해당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나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석유기업 애니(Eni)는 팜유기반 연료 ‘디젤+’을 재생가능한 녹색연료라고 주장하며 홍보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쟁 및 시장 당국은 팜유기반 연료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평균 5%에서 최대 40% 감소시킨다고 한 애니의 주장이, 정확한 명분이나 근거가 없고 팜유 성분을 사용한 것은 간접 배출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녹색이나 재생가능이라고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애니는 500만 유로(약 67억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고 광고 집행 중단 판결을 받았다.

◇투자자를 오도하는 선택적 정보공개=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이나 채권과 관련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거나 부적절하게 ESG, 녹색,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홍콩 공항은 공항에 세 번째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와 관련해 기후위험 및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있는 프로젝트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에 대한 그린워싱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 전문가를 비롯한 단체는 활주로를 확장하는 것은 기존의 공항 옆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과 동일하게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며, 홍콩공항에 세 번째 활주로가 건설될 경우 소음, 대기오염과 함께 홍콩 해양의 중국 흰돌고래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조작=이 유형은 실현 불가능한 친환경 목표를 수립해 공개하거나, 탈석탄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등 무분별하게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거나 사업·활동에 대해 충분한 근거없이 친환경 라벨을 부착하는 경우다.

세계 7대 메이저 정유사 중 하나인 토탈에너지스는 2030년까지 전세계 사업장 배출량의 40%, 유럽 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3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그러나 환경 NGO들은 화석연료를 생산, 판매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토탈에너지스의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국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오도해 유럽 불공정 소비자 행동규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프랑스 경찰은 그린워싱 혐의로 토탈에너지스를 공식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