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로 엿본 미래…기술력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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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모빌리티로 엿본 미래…기술력 어디까지 왔나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 혁명 ‘2023 서울모빌리티쇼’

기사입력2023-04-1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관람객들이 신차를 관람하고 있다. 특히 관람객들의 관심은 컨버터블 카로 몰렸다. ©중기이코노미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모빌리티 행사인 만큼 전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방송에서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멘트가 연달아 흘러나왔고, 각종 음악 소리와 어트랙션을 즐기는 사람들의 비명과 말소리가 뒤얽혀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완성차 기업 부스 앞에는 출시를 앞둔 신차 시승을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의 행렬로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속도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항상 10년 후를 향해 있다. 특히 일상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가 모빌리티라는 점에서 이번 ‘2023 서울모빌리티쇼’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3월31일부터 4월9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첫날에만 약 3만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누적 방문객 수는 51만여명을 기록했다.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 최기성 사무국장은 “시승 행사 및 교육·체험프로그램 등 즐길 거리가 많아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이 방문했다”며, “완성차는 물론, 로보틱스·UAM·자율주행 기술 등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업체의 참가도 관람객 증가 요인”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일상 속 이동수단 ‘친환경 오토바이’에 젊은 층 관심

현대차는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비롯해 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기이코노미

전 세계 12개국에서 163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이번 전시 주제는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 혁명(Sustainable·Connected·Mobility)’이다. 즉, 친환경적 진화와 무한한 연결이 가능한 지능화된 자동차, 기존의 이동수단을 뛰어넘는 모빌리티의 새로운 비전을 선보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우선 이동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는 오토바이의 변신이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자동차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아직 오토바이 인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전기 오토바이로 바뀌는 과도기에 있고, 디자인과 크기도 다양해지고 있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엠케이는 올여름에 고성능 전기 오토바이를 판매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진우석 이사는 “1000cc 이상의 고출력 바이크로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판매 준비 중이다. 전기 고성능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현재 인증을 진행 중”이라며, “속도는 200km까지 올라가고, 충전방식은 자동차와 같다. 단, 출고가가 5000만원대로 고가다. 300만원의 국가 지원금이 있지만, 아무래도 일반 고객의 접근성이 쉬운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연기관 고성능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중에서 전기 오토바이의 차이점이 뭔지 접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메인 타깃이다. 진 이사는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고, 전기 오토바이는 변속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누리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오엠케이의 고성능 전기 오토바이 전시 모습(사진 위)과 블루샤크코리아의 스쿠터 전시 모습(사진 아래). ©중기이코노미

고출력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 사람에게도 오토바이는 일상에서 손쉬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빌리티의 대안이 된다. 블루샤크의 스쿠터는 바이크를 새로 접하는 사람들이 주 타깃층이다.

블루샤크코리아 관계자는 “친숙한 디자인을 통해 처음 바이크를 접하는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며, “지근거리나 차가 많이 막히는 곳에서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특히 배달용이나 출퇴근용으로 좋다”고 추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해 가정 내에서 충전이 가능하다”며, “한번 충전으로 80~90km까지 운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능화된 AI로 모빌리티의 새로운 비전을 선보이다

미래 새로운 이동수단의 발전과 가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줌으로써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부스도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은 ‘사람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차량이다. 특히 카이스트 부스에 마련된 시운전 코너에는 어린이들이 몰려와 운전대를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가상에서 아이들이 하는 운전이 단순히 체험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 데이터로 남아 더 좋은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공헌하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김인희 교수는 “자율주행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캠퍼스에 만들어 놓고 실험을 계속했는데,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이유로 캠퍼스를 가상환경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트레이닝시켜 그 트레이닝 된 코드를 자율주행차량에 이식시키면 되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즉, 실제와 가상을 연동한 것이다.

카이스트 부스 전경. 자율주행차량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와 라이더 센서가 자동차와 사람 간의 거리를 계산해 모니터로 바로 보여준다. 이런 디텍팅 기술은 자율주행차량의 사고 비율을 낮춰준다 ©중기이코노미

김 교수에 따르면, 가상환경 내에서 위험한 상황을 일부러 만든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량이 지나가면 보행자가 갑자기 점프한다든지 다른 차량이 와서 부딪히려고 하는 등 위험한 시나리오를 개발한다. 목적은 아무리 나쁜 환경을 만들어도 스스로 잘 멈출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량을 업데이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실물 자동차에 이식시키는 작업을 한다.

행사 당일에는 시운전하는 사람, 행사장 안을 걷는 사람들 모두 이 트레이닝의 환경 안에 들어오도록 했다고 한다. 서로 인터랙션(Interaction)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부스 안에 전시된 실험 차량에는 카메라 센서와 라이더 센서가 달려 있고, 이 둘이 융합해 행사장 안의 사람들이 숫자로 표현돼 모니터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사람마다 아이디가 부여되고, 자동차와 사람 간의 거리까지 계산되는 것이다. 이를 디텍션(Detection, 감지) 기술이라 한다.

김 교수는 “사물을 잘 인식하는 디텍팅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사고 비율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라며, “디텍팅을 잘해야만 자동차 제어 기술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디텍션 알고리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일한 데이터 세트로 알고리즘을 개발해 디텍팅을 가장 잘 해내는 팀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대회에서 현재 1등으로 랭크돼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가 가장 원하는 데이터는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하는 운전”이라며, “이상하게 운전하거나 나쁜 운전 습관을 지닌 사람의 데이터가 소중하다. 이 데이터를 자율주행차량에 학습시켜서 더 좋은 환경의 자율주행차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주자동차대학교 부스 전경. 대형 드론에는 사람이 직접 타고 조정할 수 있도록 좌석도 마련돼 있다. 또한, 대형드론을 테스트하고 연습할 수 있는 360도 원구 시뮬레이터도 선보였다. ©중기이코노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력의 발전 정도도 엿볼 수 있었다. 아주자동차대학교 자동차개발제작전공 김준성 교수는 “보통 UAM이라고 하면 화물운송이나 택시 등을 주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자동차전문대학에 걸맞게 레이싱과 접목해 디자인했다”며, “재작년에 6개의 프로펠러로 비행 테스트를 마쳤고, 출력을 더 높이기 위해 12개를 장착해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스에는 대형 드론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고, 연습할 수 있는 ‘360도 원구 시뮬레이터’도 설치돼 있었다. 이 시뮬레이터는 360도 어느 방향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가능한 비행 시뮬레이터다.

김 교수는 “대형 드론의 속도는 최대 80km로 보고 있고, 자율비행이나 GPS를 기반으로 한 이착륙 테스트도 진행 중”이라며, “대형 드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국내에서 선행개발을 통해 관련 인재 양성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에 특화된 모빌리티와 안전성 강조 기술 ‘눈길’

소상공인을 위한 초소형 전기 냉장차와 푸드트럭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미니트럭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 위에서부터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차 포트로(potro),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마스타 자동차의 초소형 전기 냉장차 모습. ©중기이코노미

㈜디피코는 초소형 전기차 포트로(potro) P350을 올 8월에 양산할 예정이다. 디피코 해외영업본부 안경모 부장은 “P350은 P250보다 업그레이드된 차량으로 좀 더 많은 소상공인이 냉장차나 푸드트럭 등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며, “최대 적재 중량이 350kg, 최고 시속 100km/h, 최대 주행거리 185km로 자동차 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주행에 무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미 P250의 경우 우체국, 대형 마트에서 근거리 배달용, 회사 내 혹은 놀이공원에서의 물류 이동 목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관공서의 관용차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형 전기화물차인 ㈜대창모터스의 다니고(DANIGO)도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었다. 2인승의 다니고는 0.8톤으로 앞좌석을 줄여 짐칸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80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200km까지 운행 가능해 소상공인에게 반응이 좋다. 현재 시판 중으로 작년에는 보조금이 없었지만, 올해는 보조금이 지원돼 3580만원의 차량을 1578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마스타 자동차(MASTA)의 초소형 전기 냉장차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스타자동차 안중희 이사는 “근거리 배달용에 특화된 차량으로 특히 마트에서 고기나 식품류를 고객에게 배달할 때 효율적”이라며, “에어백도 장착돼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이사는 “이런 장점으로 인해 슈퍼마켓과 같은 소매점에서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정전기와 분진 및 먼지 제거 솔루션도 관심받았다. 자동차 도장 시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정전기와 먼지다. 정전기는 주변의 먼지를 도장 표면으로 끌어들여 페인트의 균일한 분사를 방해해 도장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유니셀텍의 에코건(ECO GUN)은 자가발전식 정전기 제거장치로 기능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았다.

유니셀텍 김경근 과장은 “전원선과 충전이 필요 없는 자가발전식 제전건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며, “내장 배터리를 발전모토로 대체해 부피를 컴팩트하게 줄이고, 무게는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출만 계속하다가 국내에 판매한 지는 1년 정도 됐다”며, “판매 루트가 네이버 쇼핑뿐인데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공업사, A/S 센터 등 자동차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생산 및 조립 분야, 플라스틱 사출 분야, 인쇄 및 포장 등 다양한 기업에서 찾고 있다.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제품과 공익성을 목적으로 한 홍보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23 CES에서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받은 현대모비스의 엠브레인(M.Brain)은 차량용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게 했다. 엠브레인은 운전자의 뇌파를 감지하고 분석해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졸음운전할 경우 알람을 보낸다. 알람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핸들과 시트에서 가벼운 진동이 울리고, 뒤쪽에서 서라운드로 소리를 보내오며 LED로도 알려준다. 2단계는 이보다 더 강하고 빠른 템포로 울린다. 3단계는 자율주행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엠브레인의 개발 목적은 버스, 택시, 화물차 등의 운전기사가 스스로 운전 습관을 체크하도록 하고, 회사에서는 어떤 상황과 시간대에 부주의 알람이 뜨는지 통계자료를 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자율주행 버스나 자율주행 화물차가 상용화될 때 안전 옵션으로 들어가는 기술이다. 특히 엠브레인의 이어셋(뇌파감지센서)은 기존보다 무게와 크기를 80% 감소시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경기도 공공버스의 일부 노선에서 시범 사업 중이며, 운전기사의 운전 중 스트레스와 부주의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긴 줄을 자랑한 곳은 한국도로공사가 마련한 안전벨트 체험 부스였다. 특히 아이들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직진형·회전형·복합형 등 3대의 안전벨트 체험기를 설치해 실제 일어나는 전복 사고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다.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기계화팀 조수영 팀장은 “29년째 고속도로 사고를 담당하면서 무수히 많은 사고를 봤다. 20년 전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아이가 튕겨 나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내 딸이 또래였는데 같은 부모로서 안타까웠다”며, 체험 장비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조 팀장은 “운전면허를 따면, 더 이상 안전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직업적으로 운전하는 사람들은 교통연수원에서 법적으로 교육받게 돼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이는 독일이나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온 관람객에게 물었을 때 안전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며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