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웹 3.0’이고,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왜 ‘웹 3.0’이고,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인터넷 세상 대변혁 ‘개인화된 웹’…탈중앙화와 데이터의 개인 소유

기사입력2023-05-04 00:00

최근 ‘웹 3.0’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가까운 미래에 웹 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나오지만,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웹 3.0이 정확히 무엇인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웹 3.0은 특정 기술이 아닌, 기술 문화의 변화를 일컫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개념이 왜 중요한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살펴보자.

◇1.0에서 왜 2.0, 3.0으로 발전했을까=‘웹(Web)’이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본래 컴퓨터는 각종 계산이나 연산 업무를 처리하는 기계였는데, 웹이 탄생하면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웹은 1990년에 처음 보급된 이래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웹의 초창기 단계였던 웹 1.0은 정보를 검색하고 읽게 해주는 인터넷 기술이었다. 당시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와 콘텐츠를 읽기만 했다. 읽는 것 외에는 다른 상호작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점이 따를 수밖에 없었으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웹 2.0이 등장했다. 웹 2.0에서는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고, 그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사용자가 질문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가 답변을 할 수 있으며, 답변을 수정할 수도 있다.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도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올리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 2.0에 해당한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 서비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도 웹 2.0이다. 우리가 평소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웹 2.0을 잘 사용하고 있는데, 왜 웹 3.0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웹 2.0이 그랬듯이 웹 3.0 역시 기존 웹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웹 3.0은 사용자의 성향과 검색 목적에 꼭 맞는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내용만을 편집, 추출해 빠르게 제공한다. 개별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화된 웹’ 또는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라고도 불린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척척’=웹 3.0이 등장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웹 2.0 생태계가 지닌 아쉬운 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웹 2.0 환경에서는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반면에 정작 사용자에게 꼭 맞는 정보만 찾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SNS에 질문할 때, 나에게 딱 맞는 정보를 찾는 경우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인터넷 페이지를 뒤로 넘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면, 웹 3.0은 사용자의 성향과 검색 목적에 꼭 맞는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내용만을 편집, 추출해 빠르게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웹 3.0은 개별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화된 웹’ 또는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라고도 불린다. 사용자에게 꼭 맞는 정보를 알아서 찾아주려면 웹 서비스가 지능화돼야 한다. 즉, 인공지능(AI)이 웹 3.0의 기반이 된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챗GPT, 그리고 각종 글과 음악, 이미지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가 웹 3.0에 해당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리려 한다고 가정하자. 기존 웹 2.0에서는 ‘부모님 제주도 여행’ 등으로 검색해서 사용자가 대표 관광지, 동선, 맛집, 호텔, 렌드카 대여 등 각각의 정보를 찾아 모아서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웹 3.0에서는 다르다. 챗GPT에게 ‘부모님 제주도 여행 코스를 2박3일로 만들어 줘’, ‘다리가 약한 어머니를 위해 완만한 산책 코스를 추천해 줘’ 등으로 질문하면 즉시 답을 내놓을 것이다. 챗GPT의 추천을 바탕으로 훨씬 간편하게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

◇싸이월드 올린 내 사진, 왜 다운 못 받지=웹 3.0이 수면 위로 나오게 단초가 된 웹 2.0의 단점은 또 있다. 앞서 웹 2.0은 카페와 블로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러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네이버, 메타, 구글 등 기업이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에 수많은 콘텐츠들을 올리고 답변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문화를 꽃피운 것은 사용자들이다. 심지어 사용자들이 유료 서비스에 금전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로 미니홈피 스킨과 배경음악을 판매하거나 트위터가 계정 옆에 붙는 파란색 인증 마크를 유료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 뿐만 아니라 정당하게 돈을 지불한 주체다. 그런데도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들의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처럼 SNS 서비스가 문을 닫았을 경우, 사용자가 업로드한 소중한 글과 사진, 친구들의 방명록, 돈(도토리)을 주고 산 배경 음악 등 소중한 데이터는 모두 한순간에 사라진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일부 게임사 운영진들은 사용자가 오랜 시간 노력해서 모은 재화와 자산의 값어치를 한순간에 바꾸는 업데이트를 소통 없이 진행하기도 한다. 게임 데이터는 사용자의 노력과 금전이 들어간 것이지만, 결국 해당 기업의 서버에 저장돼 있다. 그래서 기업이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처분하거나 변경할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자산과도 같은 데이터를 지킬 방법이 없다. 이처럼 웹 2.0은 데이터의 중앙 집권화를 특징으로 한다.

기업이 자사의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독점하는 데에서 초래되는 문제는 또 있다. 바로 개인정보 유출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각 기업들의 플랫폼(쇼핑몰 홈페이지 등)에 회원가입을 하고 개인정보를 입력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정보 수집만 하고 관리에는 소홀한 바람에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기업의 잘못인 데 반해 피해는 오롯이 사용자가 짊어진다.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현재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웹 3.0은 이처럼 소수가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에 관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웹 3.0은 기존의 중앙집권화 시스템에서 탈피해, 사용자 개개인들이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소유할 수 없는지 질문한다. 그래서 웹 3.0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와 ‘데이터의 개인 소유’다.

인공지능(AI)이 웹 3.0의 기반이 된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챗GPT, 그리고 각종 글과 음악, 이미지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가 웹 3.0에 해당하는 서비스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웹 3.0 생태계 기술…블록체인과 NFT=웹 2.0은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중앙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한다. 반면, 웹 3.0은 각 개인의 데이터를 분산 저장한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데이터를 어떻게 분산 저장할 수 있을까?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 때문에 한 번쯤은 들어본 기술이지만, 암호화폐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에는 중앙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데이터를 마음대로 독점,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으며, 사용자들은 각각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은 고급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를 보호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장치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함)가 거래 정보를 공유한다. 데이터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모든 노드에서 동시에 검증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즉,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웹 3.0이 추구하는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다.

웹 3.0에서는 중앙에서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데이터는 본인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한다. 물론 아직은 이런 시대가 오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한다는 개념은 향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진 데이터가 하나의 정보이자 콘텐츠다. 쉽게 말해 ‘돈’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는 돈을 갖고 있으면 물건을 구입하거나, 은행에 예금이나 적금으로 넣어 이자를 받거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다. 만약 개인이 소유한 데이터가 자산과 같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면, 사고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주식이 가치가 있을지 시간이 지나야 아는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내가 만든 데이터가 어떤 가치를 갖고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기존에는 인터넷상의 데이터란 얼마든지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산으로써 가치를 보존하고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NFT’ 기술이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일종의 정품 인증서다. 웹 3.0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다. 사용자는 NFT를 이용해 자신이 만든 데이터와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판매 및 구매, 소장, 후원, 재판매하는 등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러한 세상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누구나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생성형 AI나 챗GPT 등의 기술이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웹 3.0 시대 도래…우리가 준비할 것은=앞서 살펴보았듯이 웹 3.0은 특정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가리키는 것에 가깝다. 아직 본격적으로 도래하지 않은 만큼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에 일론 머스크도 “웹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챗GPT가 인기를 끌고 블록체인과 NFT와 같은 기술이 등장하는 등 기존의 웹 2.0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향후 우리의 웹 사용 환경이 변화를 맞이할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다가올 웹 3.0 환경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데이터 소유권에 관한 갈등, 새로운 탈중앙화 시스템과 현재 제도와의 충돌, 탈중앙화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과 적응, 그외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려면 법적,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한 만큼 관련 기업의 종사자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또한 웹 1.0과 2.0이 그랬듯이 웹 3.0 역시 결코 완벽한 것은 아니다. 웹 3.0 환경이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웹 3.0이 탈중앙화를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탈중앙화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웹 2.0을 주도한 빅테크 기업들이 웹 3.0 시장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탈중앙화가 꼭 긍정적인 것인지, 탈중앙화가 초래할 부작용은 없는지 질문해야 하며, 중앙 집중화가 필요한 일부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지도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웹의 발전이 그랬듯이 ‘평등’을 중심 가치로 삼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웹 2.0이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장을 연 것처럼, 웹 3.0은 모든 사용자의 권익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