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기업 육성…국가적 반도체 전략 필요”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팹리스 기업 육성…국가적 반도체 전략 필요”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기업 점유율 1%대…인력·자금 지원을

기사입력2023-05-11 15:1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자국화 길을 선택하면서 글로벌 주요국 간의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지난해 8월 제정했으며, EU 또한 최근 ‘반도체법’을 시행하고 2030년까지 20% 수준의 세계 시장점유율 달성 목표를 발표했다. 대만 역시 최근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키며, 파운드리·후공정뿐만 아니라 팹리스를 육성지원해 반도체 산업 전반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반도체 산업과 기업에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는데,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팹리스 중소기업 현황 및 정책적 대안’ 보고서에서 손민정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중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팹리스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열악=주요국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반도체 산업이지만,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열악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확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은 매우 열악하다. 반도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은 국내 200여개 정도이나, 2022년 기준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등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은 160여개에 그친다.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대이며, 세계 50대 팹리스 기업 중 한국 기업은 LX세미콘 한 곳뿐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는 국내 팹리스 중심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팹리스 기업들의 현황조사 및 분석, 생태계 협업 현황, 혁신 활동, 정부 정책의 실효성 평가 등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들의 기업성장단계는 초기성장기 기업이 42.9%로 가장 많았다. 고도성장기 24.7%, 성숙기 13% 순으로 나타나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할 수 있었다.

팹리스 중소기업의 주력제품 군은 자동차, 소비가전, 무선통신, 컴퓨팅 및 데이터 저장장치에 집중돼 있었다.

팹리스 기업 중 5인 미만 소기업들은 48.1%가 올해 인력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50인 이상 기업은 2.6%만이 인력채용 계획을 밝혔다. 이는 연구개발 인력확보에 있어 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개발 인력이 부족한 사유로는 ▲해당 직무의 전공자나 경력직 공급의 부족 ▲필요 인력이 대기업 또는 경쟁회사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 ▲직무수행을 위한 자격 요건을 갖춘 인력 부족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 추진정책이나 사업수혜 경험 중 가장 도움이 된 분야로는 ▲연구개발 자금지원 확대 ▲기술 기반의 융자지원 확대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 직접 제공 ▲기술 사업화 자금지원 순으로 답했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위해 지원 절실=보고서는 정부가 지난 3년간 국내 반도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팹리스 기업을 육성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은 태동기를 거쳐 성장기, 위기 극복기를 겪고 있는 시점으로 SWOT 분석을 통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대·기아·쌍용·르노·한국GM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삼성·LG 등 스마트폰 및 생활가전 반도체 등 글로벌 반도체 수요기업이 존재한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파운드리에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 분야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성장 중인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반도체 분야 종합적 지원정책 등으로 국내 팹리스 산업에 기회요인이 될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초기자금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생태계 경쟁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인력 확보와 글로벌 수요기업 확보에는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보고서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고 경쟁력이 반도체 산업생태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팹리스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무인재를 양성하고,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략적 two-track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팹리스 기술개발 자금, 기술 기반 융자자원 등 초기 개발자원과 사업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특히 팹리스 초기성장기의 투자를 확보하기 위한 (가칭)팹리스 전문 투자펀드, 기술보증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형 반도체 연구조합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과제를 기획하고 반도체 석·박사 고급인력이 이를 수행함으로써 과제 효율성을 증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술개발을 통한 시제품 제작 기회는 수요처 확대 및 양산 주기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따라서 보고서는 기업과의 공동기획을 통해 수요를 확보하고 팹리스 기업의 시제품 제작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파운드리-팹리스-수요기업 등의 민관 공동투자로 ‘상생 Fab’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팹리스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세한 팹리스 기업은 기술개발, 양산뿐만 아니라 기업운영 자체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고, 반도체 설계자산(IP) 국산화 확대를 위한 IP기술개발 지원, 검증, IP거래 확산 등의 인프라 구축에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판로개척을 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다품종 수요를 맞출 수 있는 팹리스 기업의 포트폴리오 구성 능력을 배양하고, 글로벌 공급기업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수출바우처 사업 등을 활용해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고, 해외 전시회 참가, 인증 지원 등 기존 정책을 활용하고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