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유통독점은 창작 위축, 산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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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문화콘텐츠 유통독점은 창작 위축, 산업 위기” 공정위에 불공정행위 담당직제 신설하고, 공정유통법 제정 필요

기사입력2023-05-08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유정주·윤영덕·정필모 의원 등이 지난 4일 개최한 ‘문화콘텐츠 불공정 피해 증언대회’에서는 웹툰, 방송종사자 등 문화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입은 불공정 피해 증언이 이어졌다. <사진=박주민 의원실>

#1. 故이우영 작가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는 1992년 이우영 작가와 함께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이우진 작가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캐릭터 대행사 쪽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다. 캐릭터 대행사는 작가의 동의도 없이 저작권을 활용해 생각보다 거대한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계약서에도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는 수익분배 비율을 근거로 수익을 분배했으며, 그 마저도 다 주지 않았다고 이 작가는 주장했다.

#2. 이수경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웹툰 산업의 수수료가 다른 산업에 비해 과도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본 수수료는 30%에 달하며, 독점 여부, 순수익에 따라 네이버는 최고 50%, 카카오는 최고 40%까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 진출을 할 경우, 수수료를 최고 90%까지 떼어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금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3. 연기자 A씨는 1회 촬영 대가로 80만원을 받기로 구두계약을 했다. 촬영은 전라도 지역에 위치한 야외에서 이뤄졌고, 출연료 80만원에는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의 비용이 포함됐다. A씨는 제작진으로부터 촬영이 예정대로 마무리되지 않아 다른 날 재촬영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고, 여섯번이나 지방에 다녀오고 나서야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기자가 지급받은 금액은 80만원이 전부였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최저임금과 같이 최저 출연료 등을 정해, 실비 보상과 추가촬영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 구두로 하고 촬영 후에는 약속한 출연료를 다 지급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촬영 전 서면계약을 규범화할 것을 촉구했다. 또 특정 연기자의 촬영분이 편집과정에서 삭제되면 방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경우도 많다며, 송 사무총장은 노사정이 합의한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해 연기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유정주·윤영덕·정필모 의원 등이 지난 4일 개최한 ‘문화콘텐츠 불공정 피해 증언대회’에서는 웹툰, 방송종사자 등 문화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입은 이러한 불공정 피해 증언이 이어졌다.

김종휘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변호사는 이날 ‘문화콘텐츠 불공정행위 피해유형 및 극복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문화예술생태계에서 창작인이 겪는 구조적인 불공정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에서 생길 수 있는 불공정 행위보다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며, “문화콘텐츠의 유통 독점은 창작자의 권리를 위축시켜 문화콘텐츠의 질을 저하시키고, 이는 문화콘텐츠 산업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본인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고, 국내도 문화콘텐츠 사업 대부분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효성 없는 현행법…문화산업공정유통법 제정해야”

현행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 복지법)’ 제34조 제2항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지원기관 또는 예술사업자에 의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예술인에게 불공정 계약조건을 강요하거나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하는 행위 등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김 변호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문체부의 공정위 통보는 한 건에 불과하다. 김 변호사는 유정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문화산업공정유통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문화상품 계약과정에서 일정 사항을 계약내용에 포함되도록 강제함으로써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보장하고, 문화산업 내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대표 불공정 행위유형을 문화상품사업자의 금지행위로 구체화 해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한 분쟁조정을 위해 콘텐츠 산업진흥법 제29조에 따른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다.

“공정위에 관련 직제 신설하고, 지자체에 권한 위임을”

김 변호사는 문화콘텐츠 불공정거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의 문화콘텐츠 불공정행위 담당직제 신설을 제안했다. 현재 공정위에서 문화콘텐츠 관련 사건은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시장감시총괄과 등에서 분산해 담당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전문화된 인력이 부재해 신속한 조치가 어렵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공정위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콘텐츠 불공정행위 관련 담당직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김 변호사는 공정위의 문화콘텐츠 사건 관련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위탁할 것을 제안했다. 2022년 기준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콘텐츠 종사자 수는 총 5만1346명으로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의 콘텐츠 종사자 수가 2만2676명(43.9%)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부산 4877명(9.5%), 대구 3116명(6%), 대전 3066명(5.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시 예술인 복지증진에 관한 조례, 서울시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 등을 통해 문화예술 프리랜서 공정거래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도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통해 경기도 콘텐츠공정거래 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지역 예술가, 지역 주민, 행정 등의 협력을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 활성화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주체는 지역임을 고려해 공정위의 권한을 광역자치단체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