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후…SNS 계정과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은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사망 후…SNS 계정과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은 디지털 잊힐 권리와 디지털 유산법 등으로 사용자 기본권 보장돼야

기사입력2023-05-19 00:00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글이나 사진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죽는다면, 그 동안 사용하던 SNS 계정과 각종 게시물, 사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게시물들은 죽은 뒤 인터넷에 남겨지는 것이 싫을 수도 있고, 어떤 글이나 사진은 유족에게 전하고 싶은 소중한 유산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계정이나 게임 아이템, 암호화폐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디지털 시대, 우리가 인터넷에 남긴 기록과 자산은 어떻게 정리하고 취급해야 할까?

“원하지 않는 게시물을 삭제해 드립니다”…디지털 장의사

인터넷에 자신이 직접 올린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모든 게시물이 사후에 계속 남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인터넷에 한 번 업로드된 게시물은 완전히 삭제되기가 매우 어렵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인터넷에 자신이 직접 올린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모든 게시물이 사후에 계속 남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이 변해서 완전히 삭제하고 싶을 수도 있고, 특정 게시물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보지 않길 바랄 수도 있다. 또는 별 뜻 없이 게시물을 올렸는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그 게시물이 오용되거나 악용해 널리 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삭제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의뢰 받아 처리하는 직업으로는 ‘디지털 장의사’가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에 유통되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영구적인 파기를 대리해주는 신종 직업이다. 명칭은 디지털 장의사이지만, 개인정보 침해나 명예훼손을 우려하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제3자가 올린 글 중에서도 사용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커뮤니티 악성 게시물과 댓글이라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 장의사는 불법촬영 동영상이 추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글을 차단하고 삭제하며 모니터링하는 일을 한다.

인터넷상에서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고 삭제하는 것은 당사자의 존엄성과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종종 안타깝게도 인터넷의 악성 댓글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시물, 불법촬영 동영상 등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은 피해자들의 소식을 접한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상에서 ‘잊힐 권리’가 필요하다.

“어릴 때 무심코 올린 게시물 지워주세요”…디지털 잊힐 권리

최근에는 ‘디지털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마련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아동 청소년 시기에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검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 잊힐 권리(지우개) 시범사업’을 지난 4월24일 시작했다. 현재 아동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활동을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만큼 인터넷상에 수많은 개인정보를 누적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책임을 지거나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아동 청소년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정책이 마련됐다.

디지털 잊힐 권리(지우개) 서비스는 만 24세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만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 시절에 본인이 작성했던 게시물 중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글과 사진, 영상 등을 삭제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 본인이 게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면, 정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뒤 해당 게시판 운영사업자에게 요청해 삭제를 돕는다. 자신의 게시물임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거나 삭제 요청대상 게시물(URL)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보완을 요청하거나 상담을 진행한다. 제3자가 올린 불법 촬영물, 개인정보 불법 거래 게시물 등의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 조치방법 등을 안내한다.

이번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영상 등 범죄 기록을 삭제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우려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요청자가 해당 게시물로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소명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자신의 증거를 지울 수는 없다. 제3자가 올린 게시글의 경우, 명백한 피해가 발생한 건에 한해 삭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디지털 잊힐 권리 사업은 추가 입법을 통해 2024년부터는 부모가 올린 게시물까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자녀의 양육과정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아이의 일상을 기록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자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업로드하는 것은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에 아동 청소년의 권익을 위해 삭제권을 지원할 예정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든 데이터 중 일부는 중요한 자산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이러한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상속할 것인지 논쟁이 일어날 여지가 존재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게시물은 완벽한 삭제 어려워…교육 및 제도 뒷받침 필요

디지털 잊힐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되는 만큼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이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일단 인터넷에 한 번 업로드된 게시물은 완전히 삭제되기가 매우 어렵다. 내가 올린 글을 삭제하더라도, 그 전에 누군가가 게시물을 스크랩 및 공유하거나 스크린샷을 캡처해 저장해 두거나 다른 곳에 올릴 우려가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장의사들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며 업무를 진행하는데, 사이트에 따라 협조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해외 플랫폼의 경우 삭제가 까다롭다.

따라서 디지털 잊힐 권리와 같은 개인정보 보호사업도 필요하지만,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게시물은 처음부터 올리거나 공유하지 않도록 하는 문화와 교육이 마련돼야 하며, 적절한 제도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

인터넷 데이터 중 일부는 자산과도 같아…‘디지털 유산’

한편,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든 데이터 중 일부는 중요한 자산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상의 유료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는 금전적 가치를 지닌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와 NFT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계정 역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이러한 경우,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상속할 것인지 논쟁이 일어날 여지가 존재한다. 이 외에도 금전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고인이 생전에 온라인에 남긴 글이나 사진 등은 유가족에게 매우 귀중한 유품이다. 이를 ‘디지털 유산’이라 한다.

일부 빅테크 기업은 이러한 디지털 유산들을 승계하는 방법을 선보인 바 있다. 페이스북은 회원이 사망하면 계정이 영구적으로 삭제되도록 선택할 수 있으며, 회원이 선택한 사람이 회원의 계정을 관리하도록 지정할 수도 있다. 애플은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 유가족이 사용자의 애플 계정에 있는 데이터에 접근하고 해당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유산 관리자’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사용자가 갑작스레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법이 부재해, 고인이 인터넷에 기록하거나 보관했던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권리 행사를 누가 어떻게 할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승계 절차 역시 없다. 아직까지는 당사자가 아닌 경우 서비스 접속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당사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경우 유가족이 관련 자료를 인계 받을 수 없다.

디지털 유산을 삭제하고 정리하는 것은 사용자의 ‘기본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디지털 유산의 승계 여부와 범위를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사전에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4월25일 대표 발의했다.

일명 ‘디지털 유산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은, 사용자가 사망하거나 실종됐을 경우 사업자는 해당 계정을 휴면 계정으로 설정하고, 사용자가 생전에 정한 방식으로 디지털 유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상속한다면 누구에게 할 것인지 미리 정할 수 있다. 상속자는 디지털 유산을 삭제하거나 보관할 수는 있지만, 고인의 명의로 새로운 정보를 작성하거나 유통하지 못하도록 해 악용 가능성을 없앴다.

사용자가 인터넷에 남긴 다양한 흔적들 중에는 개인정보도 있고, 금전적 자산도 있다. 때로는 가족과 친지에게도 매우 소중한 기록 유산이다. 그런 만큼 사용자가 인터넷에 남긴 데이터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유지 및 삭제하거나,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마땅히 주어져야 할 기본 권리다. 디지털 잊힐 권리와 디지털 유산법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디지털 기본권이 보다 자유롭게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