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유휴설비 2000만대…수익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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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中 자동차 유휴설비 2000만대…수익 반토막 과잉투자·출혈경쟁…지방정부 이해관계에 구조조정 지연

기사입력2025-11-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과잉투자와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동차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은 2024년 생산량 3000만대를 돌파하며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생산량은 전 세계 3분의 2에 달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서 과잉 투자와 출혈경쟁에 따른 ‘내권’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권(involution)은 직역하면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뜻으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질적 항상이 이뤄지지 않는 비합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로 2024년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약 5507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내수 판매량은 승용과 상용을 모두 합쳐 2690만대 수준이었으며, 수출 물량을 포함하더라도 유휴설비가 2000만대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산정한 완성차 산업 평균 가동률은 2024년 72.2%로 과잉설비 기준인 가동률 75%를 밑돌았다. 보고서는 “대상을 전체 등록 제조사로 확대할 경우 실질 가동률은 약 50% 내외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급과잉은 완성차의 판매가격 하락 및 완성차 업계 전반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2021년 3.1만 달러에서 2024년 2.4만 달러로 약 21% 하락했다. 전체 완성차 업계의 평균 수익률은 2017년 8%에서 2024년 4.3%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30개 전기차 제조사 중 흑자는 4곳 불과

보고서는 이같은 중국 자동차 업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를 꼽았다. 자동차 산업은 지역 내 생산과 고용, 재정 수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이며, 지방 금융기관의 신용공급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어 일부 중국 지방정부들이 수익성과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저리 대출, 세제 감면, 직접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시장 퇴출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중국 전체 완성차 업계의 평균 수익률은 2017년 8%에서 2024년 4.3%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보고서는 이처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생태계 전반으로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짚었다. 일부 부품 공급기업은 연 10~15% 수준의 부품 단가 인하와 대금 지급 지연을 겪고 있다.

잦은 가격 인하로 상당수 완성차 딜러는 매입금액보다 판매가격이 낮은 가격 역전 현상에 놓이기도 했으며, 그 결과 2024년 상반기 기준 딜러의 50.8%가 손실을 기록했다. 완성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를 더 기다려보자는 소비자 심리 확산에 따른 신차 수요는 오히려 주춤한 상황이다.

결국 2024년 중국의 약 130개 전기차 제조사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BYD와 테슬라 차이나 등 4곳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기업은 상업적으로 장기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2030년까지는 약 15개 완성차 기업만이 재무적으로 생존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 축소, 업계 질서 확보, 우량 국유기업과 상위 민간기업 간의 질적 경쟁을 통해 산업 재편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5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을 보면, 전기차가 전략산업 목록에서 제외됐다. 보고서는 “이는 막대한 보조금 정책의 종료를 의미하는 동시에 자생력을 확보한 기업 중심의 재편을 예고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밖에 중국 정부가 올해 내놓은 자동차 안정 성장방안 등의 정책은 기업 간 출혈 경쟁 규제. 기술 표준 강화 등을 통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시장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면 내권 해소는 장기화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다른 산업의 경우 정부가 산업재편에 강하게 개입했지만, 자동차 산업의 반내권 정책은 과거 정책과 달리 시장 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세분화된 시장 구조, 첨단 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항후에도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봤다.

이에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권 해소는 여타 산업에 비해 완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방정부가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관할 기업의 생존을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간접적 가격 경쟁, 위탁 생산, 신흥시장 수출 등의 전략으로 저수익 환경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