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otropism(同質異形) acrylic on canvas-board & pinewood, 112x145 cm. 2012

이계원은 2001년부터 ‘동질이형’이라는 제목·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하학적 형태가 반복된다. 캔버스를 백색 상태로 남기면서 화면을 단색으로 균일하게 채색한 후 백색 부분들 위에 각각의 표면이 그 형태와 일치하는 모양의 나무를 화면과 평행하게 또는 비스듬하게 세워 붙인 것이다. 이 때 덧붙인 나무의 전면은 캔버스 바탕 화면과 같은 색이어서 기하학적인 오브제들이 마치 잘려진 캔버스가 화면 밖으로 나온 듯이 보인다. 어떤 작품에서는 백색 부분이 화면의 색보다 어두운 색으로 칠해지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이 부분이 그 위에 덧붙인 기하학적인 오브제의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몇 작품은 화면에서 백색 부분으로 남긴 크기만큼의 나무 전면을 바탕색과 같은 색으로 칠한 후 가늘고 긴 기하학적인 오브제로 잘라 그것을 캔버스의 백색 부분이 드러나도록 방향의 변화를 주면서 덧붙인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경우에는 덧붙인 나뭇조각들이 직사각형 캔버스의 경계(limit)를 넘기도 한다.

Allotropism(同質異形) acrylic on canvas & wood 130.3x162.1cm. 2013

‘동질이형’은 ‘두개 이상의 서로 다른 외형을 가진 물질들이 동일한 성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계원은 1997년 유학을 위해 뉴욕에 도착한 후 처음에는 다인종 문화 경험을 통해 충격을 받았으나 여러 인종의 뉴욕 거주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들 사이의 공통적 특성들을 발견하게 된다. 단지 그들 사이에는 외형적 차이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동질이형’이라는 개념을 착안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서 동질(同質), 즉 작품의 공통적인 성분(substance)은 직사각형의 캔버스, 같은 색으로 균일하게 물감이 발라진 캔버스 표면(surface)과 그 위에 덧붙은 나무토막의 형태, 재료와 색이고, 이형(異形)은 그것들이 ‘변주’되어 배치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계원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들은 직사각형 캔버스, 단색으로 칠해진 화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생겨난 화면의 평면성이다.(중략)

이계원은 ‘동질이형’ 주제의 작품을 은유나 상징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그것이 표면과 캔버스 그 자체로만 보이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서 그가 ‘이형’에서 ‘동질’을 발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듯이, 관객 또한 그의 작품에서 ‘동질’과 ‘이형’, ‘동형’과 ‘이질’을 발견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이계원의 ‘즉물적인’ 작품들은 작가도 언급했다시피 원본이 없거나 원본과 복제의 구별을 할 수 없는 복제와 리사이클(recycle)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 사물, 사태 등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1910년대와 1960년대의 모더니스트들이 상기시켰던 개념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케 하고 있다.[ 김정희(미술사가, 서울대학교 교수)글 중 발췌, 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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