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과 ‘다방’ 상표권 놓고 소송이 생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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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직방’과 ‘다방’ 상표권 놓고 소송이 생긴 이유는 상표를 먼저 사용한 것보다 ‘상표출원 먼저’ 하면 상표권 부여

기사입력2016-12-31 13:21

한태근 객원 기자 (tkhan@kanghanip.com) ㅣ다른기사보기

자신이 2~3년간 TV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홍보해왔던 상표(브랜드)를, 타인이 먼저 상표권 등록을 해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면 어떨까? 요즘도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까 싶긴 하지만, 필자가 업무상 경험하거나 혹은 알고 있는 사례를 보면,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진다.

[그림 1]

<자료=한태근 변리사>

[그림 1]을 보면,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직방 측에서 경쟁업체인 다방 측에 상표권침해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1심 2심 3심 모두 직방 측이 패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만 볼 때는 그냥 ‘경쟁관계에 있는 두 회사 간에 상표권 분쟁이 있었나 보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직방 측에서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직방 측 등록상표가 ‘다방’이라고 한다면, 좀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다방’의 상표권자가 직방 측이다.

[그림 2]

<자료=한태근 변리사>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브랜드(상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최근 특허나 상표와 같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져 이전처럼 자기가 개발한 브랜드를 타인이 선등록함으로써 입게 되는 피해가 요즘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 여전히 상표등록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상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어 상표등록을 해 놓은 경우에도 정확하게 상표를 등록하지 않아 낭패보는 경우도 있다.

앞의 ‘다방’ 사례도 다방 측에서 [그림 3]과 같이 상표출원을 했지만, 출원이 늦었거나(09류 출원), 혹은 출원이 빨랐어도 중요한 품목을 누락(36류 출원)해 출원하게 된 것이 이번 분쟁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림 3]

<자료=한태근 변리사>

비록 직방 측에서 제기한 상표권 침해소송을 법원이 모두 기각했지만, 최근 다방 측에서 제기한 직방 측 등록상표 ‘다방’에 대한 무효심판에 대해서 특허심판원은 이를 기각했다(아래 [그림 4] 참조).

[그림 4]

<자료=한태근 변리사>

다방 측에서 특허법원에 불복한 상태이지만, 만약 특허법원·대법원에서 등록무효주장을 모두 기각한다면, 다방 측에서 ‘다방’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슈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국내 등록상표이고 상표 보호를 위해 일본에도 출원했지만, 일본인이 먼저 일본에 출원해 상표권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위 사례들과 같은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사업을 예측해 필요한 시기에 정확히 상표등록을 위한 출원을 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미리 사업을 예측해 필요한 시기에 상표출원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상표등록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나 직원이 회사의 사업계획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면 때를 놓칠 수 밖에 없으며, 더군다나 이런 일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품 출시나 수출여부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비용을 들여 상표출원하자고 상표등록부서에서 경영진에 건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알아둬야 할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먼저 상표를 사용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표출원을 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선출원주의). 하루라도 빨리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제품 출시 또는 수출 논의 후 상표출원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일이다.

앞의 일본 사례에서는 해당 회사의 상표출원이 타인의 모방출원보다 20일 정도 늦었다고 한다. 통상의 회사 업무처리를 감안하면, 모방출원보다 20일 정도 상표출원이 늦었다고 해서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가 소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회사에서는 수출 계획에 따라 적절한 속도로 진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한태근 파트너 변리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상표권 관리를 소홀히 한 것과 마찬가지가 돼 버렸다. 회사가 ‘뛰는 자’라면, 그 모방출원을 한 자는 ‘나는 자’인 셈이다. ‘나는 자’ 보다 빨리 대응하기 위해서 회사는 ‘아는 자’가 돼야 한다. 즉 사업계획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상표등록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경영자나 영업책임자는 상표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상표등록을 하는 부서나 직원은 회사의 사업계획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법적으로 모방상표 출원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각국 상표법에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려 최후의 수단이지 차선책으로 염두해 둘 것은 아니다. 요컨대 자신의 브랜드(상표)를 타인이 모방해 출원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고 적절한 시기에 출원할 수 있도록 기업 내 부서 간 정보교류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