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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불쌍하다고?…그날을 기억하십니까

공자 曰, ‘깜냥’이 안되는 이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나라가 위태롭다 

기사입력2018-04-13 17:26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작은 회사이지만 회사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저는, 제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규모가 크던 작던 한 조직의 책임자는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인지라, 제가 내리는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 끊임없이 반문하며, 내면에서의 갈등을 견뎌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자라는 지위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에서 만큼은 저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없으니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습니다. 책임자 스스로 경계하며 삼가고 조심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君子 易事而難說也 小人 難事而易說也(군자 이사이난열야 소인 난사이이열야)’ 제가 책상 앞에 붙여놓고 경구로 삼고 있는 글귀입니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글로, 군자는 모시면서 일하기는 쉬어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고, 소인은 모시면서 일하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쉽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글귀에 대한 설명까지 들으면 뜻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자(孔子)는 제자에게 “군자는 올바른 도리로 기쁘게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고, 일을 시킬 때 그의 그릇에 따라 시킨다(君子 說之不以道 不說也 及其使人也 器之). (반면) 소인은 비록 올바른 도리가 아니어도 기뻐하며, 일을 시킨 사람에게 모든 걸 갖추라고 요구한다(小人 說之雖不以道 說也 及其使人也 求備焉)”고 설명합니다.

군자는 올바른 책임자 또는 지도자로, 소인은 ‘깜냥’이 안 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바른 책임자는 아부나 뇌물 같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에는 기뻐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기쁘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부서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해 일을 하게하기 때문에, 그의 휘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소인, 즉 깜냥이 안 되는 상관은 비위나 적당히 맞추고 뇌물이나 갖다 바치면, 시시덕거리며 좋아하니 그를 기쁘게 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꾸리고 운영할지 모를뿐더러 사람의 역량도 제대로 파악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의 휘하의 사람들은 어떻게 일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고 타박하면서 아랫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버립니다.

작은 회사도 ‘깜냥’이 안 되는 이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위태롭습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책임자가 적재적소에 합당한 인물을 배치할 줄은 모르면서 아랫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인물이라면, 그리고 도리에 맞든 안 맞든 비위나 맞춰주면 좋아라하는 인사가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라면, 그 나라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깜냥이 안 되는 인물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로 있어 위태로웠던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전남 목포신항만과 진도 팽목항에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목포신항만 북문 출입구에 걸려 있는 노란 리본.<사진=뉴시스>

4년전 4월16일을 기억합니다. 뉴스속보 화면에서 옆으로 기울어진 배가 바다 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보고 가슴 철렁했다가,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보도를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었지요. 하지만 그건 오보였습니다. 300여명이 넘는 승객들이 완전히 뒤집어져 바다 속에 잠긴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여객선과 함께 바다로 가라앉은 승객 대부분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이라 했습니다. 그날, 2014년 4월16일에 우리는 출근을 했어도 일을 하지 못했고 학교에 갔어도 수업을 듣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마주친 이웃들의 퀭한 눈을 마주보았습니다. 굳이 직장 동료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학교 친구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이웃들은, 직장동료와 학교 친구들 모두 밤새 선수만 드러낸 채 잠겨있는 세월호를, 그 아득한 밤바다를 보며 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게 2014년 4월 그날, 우리는 모두 팽목항 앞바다에서 낮을 보내고 또 밤을 새웠습니다.

얼마 전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잠기던 그 시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침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혀진 뒤에, 관저의 침실에서 전화로 보고받은 다음에도 그는 관저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오후 2시가 넘어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이 찾아와 대책회의를 하고나서도, 바로 움직이지 않고 오후 4시30분이 넘어서야 관저에서 나와 중앙대책본부로 향했다지요.

당시 청와대 직원들은 급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지도 않고, 오후와 저녁에 두 차례 서면보고서를 한꺼번에 출력해서 전달했다고 하더군요. 일분일초를 다투던 팽목항 현장에다 대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빨리 보내라고 독촉했다고도 하지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충신들에게는 사태파악보다는 주군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 중요했고,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보다는 어떻게 보고할지가 더 중요했었나 봅니다.

검찰발표를 두고 당시 집권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밝혀졌다며,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린 이들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했다지요. 참사 발생을 늦게 알아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면서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구조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조의 실무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일하기는 어렵지만 기쁘게 하기는 쉬운 대통령이 되어, 재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며 국민의 생명은 구하지 않고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데 전전긍긍하는 청와대와 정부로 만들어 놓은, 나라를 위태롭게 망쳐놓은 최고 통치권자의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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