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9/24(목) 00:01 편집

주요메뉴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예술을 읽다

작업실 월세도 감당 못하고 “이건 아닌데…”

Life is pain.ting…레지던시 풍경 #4. 밥 

기사입력2018-04-19 16:42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한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작지원금이나, 파견예술 활동을 신청해서 약간의 작업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이는 정도이다 보니 투잡, 쓰리잡을 가지고 활동하는 작가들이 만만찮다.

 

어쨌거나 그 역시도 작업실 운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작업에는 물리적 시간요소가 필연적이기에 남는 시간에 작업해 이어가는 일도 작가로서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평생 작업을 해왔으나 생활고에 견디지 못하고 명을 달리 하는 작가들의 소식을 접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기초 생활유지에 관한 불안감이라는 것은 이미 신체의 장기 일부처럼 천연덕스럽게 자리잡고 있음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난한 작가로 사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는 K는 대학을 졸업하고 악착같이 돈만 벌었다. 작업실 월세도 감당 못하고 매일 라면으로만 때우는 선배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이 들었다는 K는 일단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놓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단다. 꼬부러지게 작업만 하고도 텅 빈 지갑이 그렇게 한심하고 두려웠다는 K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잠시 목소리가 격앙되어 수화기를 찔러댔다.

 

오기로, 그리고 아직은 젊은 시간이라는 보험을 품고 그렇게 약 7, 8년 정도 일을 하며 모은 돈과 그 자신도 몰랐던 특유의 사업수단으로 근사한 작업실을 샀다’.

 

3층으로 이뤄진 작업실은 1층에는 스튜디오와 간이 주방까지 갖추고 게스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2층에는 생활공간이, 3층에는 책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공간을 헤집어 놓으며 작업하기보다 먼지 한 톨없이 이고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부담스럽도록 매끈한 공간이었다.

 

<사진=김윤아 작가>
아무튼 그야말로 근사한작업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이 정체성이 불분명해진 거 같다며 꿈에 그리던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쩐 일인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했다. 가진 게 많아지자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창작에 대한 시간투자가 제작을 위한 투자보다 헐게 느껴진다며 이런 자신이 자랑스럽고, 절망스럽다며 이 멋진 공간에서 정작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 숨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작업을 진행하다가 재료문제로 이리저리 알아보는 와중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K의 소개로 Y를 알게 되었다. 커다란 두꺼비처럼 두터운 손을 가진 Y는 손등에 굳은 살이 소보루빵 처럼 피어있었고, 장성한 큰 딸이 선물해 주었다는 금반지가 그의 굵고 휘어진 회갈색 손가락에 단단히 끼워져 잘 닦아놓은 창문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밥을 먹는 일 조차도 어려웠던 환경에서 자랐다고 커피를 물처럼 벌컥 마시며 그가 말했다. 유년시절 그가 키운 꿈은 원없이 먹어보는 일이었던 만큼 남들이 뭐라 하든 그는 실컷 먹고 살 수 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다고 했다. 그것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인생이 빠르게 흘렀다고 했다.

 

그는 그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이제는 정평이 나있었고, 그 골목에서의 그의 존재는 전설 같은 존재라며 K가 말을 보탰다.

 

여하튼 그는 몇 년 전 몸이 아파 큰 고비를 넘기고 우연히 예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 후로 예술이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낀 후로 소소하게 작가들을 돕고(재료를 헐값에 넘기고) 그 작가의 전시장을 가본다 했다.

 

미팅하는 중간 몸은 어떤지, 식사는 했는지 물어오는 동반자의 전화를 잡은 그의 두꺼운 손이 작은 입처럼 동그랗게 말렸다젊은 시절 워낙 관리를 못하고 산 탓에 몸은 망가져 힘들지만, 작게나마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이 삶이 눈물겹게 행복하다며 웃었으나 오랜 세월 감정을 속으로만 삼켜온 숱한 삶의 켜 때문인지 육안으로 보이는 그의 웃음이란 것은 윗 광대 부분만 수줍게 조금 들썩했을 뿐이다.

 

필요한 재료를 위해 작업 설명을 마치자 그는 나의 삶에 대해 물었다. 긴 대화가 오가는 바람에 식사를 종일 놓쳤기 때문인지 급하게 허기가 짐을 느꼈다. 대답 대신 을 좀 먹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이날 저녁은 Y가 밥을 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easy부동산
  • 신경제
  • 다른 세상
  • 정치경제학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공동체
  • 빌딩이야기
  • 노동법
  • 스마트공장
이전 다음